연말,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위하며
연말, 슬기로운 집콕생활을 위하며
  • 승인 2020.12.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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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코로나19 3차 대확산은 또다시 집콕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캐럴이 흐르고, 왁자지껄한 모임도 많았을 연말이 한산한 거리풍경과 조용하거나 불 꺼진 상가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가족들은 하나둘 집으로 모였다. 의식주만 해결하던 집이 코로나19로 더없이 중요해진 것이다. 집의 의미가 커지고 구성원들이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되는 시간도 늘었다. 재택근무를 시작한 부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아들딸이 한 공간에 머물면서 사소한 갈등도 생겨났다. 말 한마디에 서운함이 생기고, 각자의 생활이 서로에게 소음이 되기도 한다. 하루 세끼 온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구성원 모두가 조금씩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고 어느새 갈등의 싹이 자란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의 발표에 따르면 심리나 가족 관계 등에서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돕는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의 상담이 올해 3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상담센터의 상담 건수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29만5천22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만4천347건)보다 31.6% 증가했다는 말이다. 게다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담 영역도 가족 문제로, 올해 4만3천185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5.8%나 늘었다. 특히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상담이 3만2천648건으로 지난해보다 70.0% 늘었다.

갈등은 늘었지만, 여전히 가장 안전한 장소는 집이다. 싫든 좋든 한동안은 집에 머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갈등을 줄이고 함께 편안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먼저 우리는 그동안의 집의 개념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 자고, 먹고, 쉬는 공간이 전부였던 집이 휴식과 놀이는 물론 업무와 운동의 공간으로 변했음을 인지해야 한다. ‘트렌드 모니터 2021’(시크릿하우스)에서는 “현재의 집은 일과 일상생활, 여가생활 등의 모든 활동을 포괄하는 ‘플랫폼’”이라 이야기했다. 집이라는 플랫폼을 가족 구성원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적절한 사용 방법을 찾아보자.

먼저, 공간의 분리를 존중한다. 같은 집 안에 있지만, 개인의 공간은 분리되어 있으니 개인의 공간을 인정해 주자. 가족이기 때문에 항상 모든 것을 같이해야 할 필요는 없다. 개인의 공간에서 개인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존중한다. 거실은 공동의 공간으로 지정하자. 개인의 생활을 위해 공동의 공간을 점령하지 않도록 공동의 공간에서는 함께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한다. 그렇다고 구성원 모두가 다모여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공동의 공간에 있다는 것이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다’의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식사는 꼭 모두가 함께 모여서 하는 것은 아니다. 모두가 집에 모여있기 전처럼 하루에 한 끼 정도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 대신 설거지와 집안일은 모두가 함께한다. 각자 역할을 나누어 집안일을 담당하는 것이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어느 한 사람의 절대적인 역할이 아닌 집 안에 머무는 모두가 함께 나누어야 할 역할이다.

이러한 방법은 사회에서 우리가 이미 충분히 해왔던 생활이다. 이를 집 안으로 가져오는 까닭은 가족끼리도 적절한 심리적 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 가까워야 한다고 생각했을 수 있는 심리적 거리는 차마 살피지 못했던 서로의 생활이 가까워지면서 ‘불편함’이 되었을 수 있다. 그러니 가족이 행복해질 수 있는 최소한의 심리적인 거리는 유지해야 한다.

많은 이들의 코로나블루(코로나 우울)를 이야기한다. 외출과 모임 자제로 인한 고립감과, 나도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는 불안감, 취업이나 일자리 유지의 어려움으로 인한 걱정, 그리고 집콕으로 인한 신체활동 제약과 무기력증이 원인이다. 중요한 것은 가족 구성원 모두가 이러한 우울감을 조금씩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갈등의 싹이 어느새 커질 수 있는 위험 요소를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일상이 바뀌었음을 인지하고 함께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들려오지 않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아쉬워하기 전에 어느새 쌓인 불편이 갈등으로 자라지는 않는지 살펴보자. 집콕으로 행복한 연말을 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크리스마스 캐럴이 아니라 가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먼저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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