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기 힘들어…‘코로나 장발장’ 급증
먹고 살기 힘들어…‘코로나 장발장’ 급증
  • 정은빈
  • 승인 2020.12.21 22:0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 올 절도 경미범죄 48%↑
먹거리·생활용품 훔친 생계형
벌금형 2명 ‘장발장 대출’ 도움
“처벌보다 지원 검토” 목소리도
코로나19 여파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면서 생계형 범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절도 사범에 대한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160건 열렸다. 작년 같은 기간(108건)보다 48.1%(52건) 늘어난 수준이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로 회부되는 사건은 경찰이 피해 물품과 범행 동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경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대상으로, 절도의 경우 대부분 먹거리·생필품을 훔친 생계형 범죄다.

경미 사범으로 분류돼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마저 구하기 힘들어 ‘장발장 은행’을 찾은 사람은 올해 129명이었다. 인권연대가 벌금을 구하지 못해 구금될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돕기 위해 운영 중인 장발장 은행은 지난 1~10월 이들에게 총 2억5천985만원(1인당 최대 300만원)을 대출했다. 대구, 경북에서도 올해 각 2명이 장발장 은행의 도움을 받았다.

장발장 은행 대출 기록을 살펴보면 대출자 연령대는 청년층이 압도적이었다. 40대가 41명(31.7%)으로 가장 많았고 30대(40명·31%), 20대(26명·20.1%)가 뒤를 이었다. 10대도 1명 있었다. 60대 이상은 8명(6.2%)이다.

올해 생계형 범죄 증가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불황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동북지방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지역 실업률은 3.4%로 지난해 11월에 비교해 0.7%p 상승했고, 실업자는 4만2천명으로 작년보다 8천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취업자는 121만6천명으로 작년 대비 1만명 감소했다.

범죄율 증가 배경에 사회 재난이라는 문제가 있는 만큼 처벌보다 지원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어떤 경우에도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지만, 배가 고파 범죄를 저지르는 일은 막아야 한다”면서, 푸드마켓에 ‘장발장 코너’를 만들어 먹거리를 무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들어 경미 범죄의 비율이 강력 범죄보다 높아진 추세다”라며 “경미 사범 중 기초생활비수급자로 지정이 안 된 경우는 경찰이 지자체로 연계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경미한 형사사건 피의자 중 초범자, 사회적 약자 등에게 사회 복귀 기회를 주는 절차를 두고 있다. 전과 기록이 남지 않도록 경미범죄심사를 거쳐 형사사건은 즉결심판, 즉결심판은 훈방으로 감경해 준다. 즉결심판을 거치면 주로 벌금형이 내려진다.

정은빈기자 silverbin@idaegu.co.kr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