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권은 독재화의 ‘원형선회’를 멈춰라
문정권은 독재화의 ‘원형선회’를 멈춰라
  • 승인 2020.12.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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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시인·객원논설위원
자연현상은 우리를 놀라게 하기도 하고, 소중한 교훈을 주기도 한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문정권이 독재화의 ‘원형선회(Circular Mill)’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미국의 과학자 윌리엄 비브는 1921년 남미 기아나의 정글에서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개미 떼가 큰 원(400m정도)을 그리며 맴돌고 있었다. 한 바퀴 도는데 거의 2시간 반이나 걸렸다. 그런데 웬일인지 개미들은 쉬지 않고 이틀 동안이나 돌고 또 돌았다. 단 한 마리도 다른 길로 나가지 않고 앞선 개미를 따라 돌다가 대부분 지쳐서 죽고 말았다.

비브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 이유를 연구했다. 그 결과 개미들은 앞선 개미가 흘려놓은 화학 물질을 따라 그 다음, 또 그 다음 개미가 따르면서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이동한다는 행동원리를 발견했다. 그래서 선두 개미가 경로를 잘못 설정하면 전체가 대열을 이탈하지 못하고 모두가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개미들이 원을 따라 돌면서 모두가 죽어가는 이 죽음의 행진을 ‘원형선회(Circular Mill)’라고 이름 붙였다.

이 원형선회 현상은 우리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다. 바로 지도자의 중요성이다. 지도자가 잘못된 길을 가면 따르는 사람들이 큰 고통을 겪게 된다. 때로는 공동체가 파멸의 길로 나갈 수 있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한 나라가 흥하려면 사회의 여러 분야에 훌륭한 리더들이 있어야 하지만, 나라를 망하게 하는 데에는 리더 자리에 있는 한 두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한 말과 일맥상통한다. 지금 문정권은 이 전철을 밟는 것 같아 걱정이다. 촛불민주혁명이라며 민주를 부르짖을 때는 언제고, 이제 민주의 길을 벗어나 의회독재를 일컬을 정도다. 작년 연말 야당과 협의 없이 공수처법을 비롯한 비민주 법률을 쪽수로 밀어붙였다. 그런데 1년이 지나서 자기가 만든 이 법을 야당이 공수처장 선정에 이의를 달자 아예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방향으로 법률을 개정했다. 이게 민주냐? 촛불이냐?

문대통령은 윤석열검찰총장에게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윤총장이 울산시장부정선거와 월성원전 등 청와대관련 수사에 나서자 추미애법무부장관은 검찰청법을 어겨가며 윤총장을 수사배제 했다. 법원이 윤총장의 가처분을 받아들이자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기 어려운 혐의를 씌워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징계위원은 추장관이 위촉한다. 징계위원을 맘대로 위촉할 수 있으니 자기편만 쓰면 무슨 처분인들 못할까? 전국 검사들의 반대에 이어 법학교수들의 성명이 나오자 문대통령이 절차와 공정성을 주문했다. 그렇다면 추장관은 징계위원 위촉과 징계위의 절차에 공정성을 우선해야 했다.

하지만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인사로 징계위원을 채웠다. 징계위원의 면면을 보자. 이용구법무부차관은 차관이 되기 전 윤총장의 헌법소원청구에 ‘윤의 악수(惡手)’라고 비난한 이력이 있고, 검사 2명도 소위 친추장관파로 분류된다. 특히 심재철검찰국장은 징계요청 사유 중의 하나인 소위 ‘판사사찰문서’를 대검 한동수감찰부장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을 받아온 터다. 신성식대검부장 역시 KBS가 채널A 한동훈검사장관련 오보를 내는데 그 제보자로 지목된다. 외부 위원도 예외가 아니다. 안진 교수는 민주당 공천심사위원 경력이 있고, 위원장을 맡은 정한중교수는 징계사유 중 하나인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관련해 “윤총장이 검찰청법 취지에 어긋날 수 있다“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징계위원 4명 중 3명이 호남이고, 징계위원장과 신위원은 같은 순천고 출신이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기피사유가 될 만하다. 하지만 윤총장이 4명의 징계위원을 기피신청을 냈으나 모두 기각됐다. 이렇듯 편파적인 징계위가 구성되었는데 그 결과는 빤하지 않겠는가? 민주주의는 절차의 공정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에 못지않게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징계위 구성이 편파적이라면 그 누구도 수긍할 수 없다. 하지만 절차와 공정성을 아랑곳 않고, 징계를 밀어붙였다. 예상대로 윤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정직’을 의결했다. 이게 가장 적법해야할 대한민국 법무부의 행태인가? 참으로 부끄럽다.

문제는 문대통령이다. 자신이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했으면 이를 지켜야 한다. 특히 윤총장의 징계에 절차와 공정성을 강조했다면 이처럼 공정성에 문제가 수두룩한 징계결정을 마땅히 철회했어야 했다. 이것이 문대통령이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다.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다. 하지만 ‘사람의 지배’가 판을 친다면 독재로 가는 길이다. 독재의 전형인 자유당정권도 국회에서 다수결로 법률을 만들지 않았던가. 그런데 왜 독재라고 하는가를 곱씹을 필요가 있다. 문정권은 ‘내로남불’식 언어의 유희로 진실을 가리지 말고, 독재화의 원형선회를 즉시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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