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실종
리더십의 실종
  • 승인 2020.12.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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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광
대구경북소비자연맹 정책실장
경제학 박사
2020년 최대의 화두는 가수 나훈아의 테스형이 아닐까 한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라는 노랫말이 이러저런 이유로 답답해하는 국민들의 가슴을 대변해 주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사태로 인해 야기된 어려움이야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므로 정치 방역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방역 지침에 잘 따르는 편이지만, 국정을 책임진 인사들의 설화나 인사의 난맥상은 불쾌지수를 높이는 원인이다. 현명한 지도자는 어려운 문제가 발생할 때 다른 사람에게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혔으며, 설령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솔선수범했다. 지금 국민들이 힘들어 하는 것은 어려울 때 숨어버린 문대통령의 리더십과 인사의 난맥상 때문이 아닐까 한다.

흔히들 리더십이란 집단의 공통의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하여 그 구성원을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조직이 갖고 있는 응집력과 지향성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려는 지도자의 기능과 능력을 말한다. 이것은 정치인이나 기업가에게 적용되는 명제이므로 뛰어난 리더십의 소유자를 용인의 귀재라고 부른다. 따라서 명망있는 정치인과 기업가는 자신의 비전을 달성해 줄 수 있는 훌륭한 인재를 발굴해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들이 가진 잠재적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유인책을 쓴다.

삼국지에도 유능한 인재를 얻기 위해 온갖 정성을 쏟는 군주의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잘 알려져 있는 것이 유비의 삼고초려(三顧草廬)이다. 유비는 관우·장비와 함께 도원결의를 맺고 한실의 부흥을 위해 군사를 일으켰으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잡지 못하고 여기저기 전전하며 허송 세월을 보내다 형주자사 유표에게 몸을 맡기는 신세가 된다. 유비는 유능한 참모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후 여러 사람들을 통해 남양에 은거하고 있는 제갈량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를 얻기 위해 예물을 싣고 양양에 있는 그의 초가집을 세 번이나 찾아 뜻을 이루며, 이를 삼고초려라 부른다.

조조의 성공 요인도 그의 탁월한 인재 기용과 활용 방법에 있었다. 조조는 훌륭한 인재를 얻기 위해 자존심을 꺾고서라도 정성을 다했다. 이러한 조조의 인재채용 원칙은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현명한 사람이면 인재로 등용하겠다는 구현령求縣令이다. 이는 인재를 등용할 때 스펙이 아니라 오로지 업무능력만 보겠다는 뜻이며, 이를 통해 진평처럼 독실한 품행이 없어도, 그리고 소진처럼 신의가 부족해도 그들을 채용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또한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한비자도 인재채용 방식으로 덕재겸비(德材兼備)를 강조했다. 이는 유가처럼 덕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덕과 아울러 재능을 겸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오늘날 글로벌 기업의 우뚝 일어선 삼성 이병철 창업 회장의 인재 채용방식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호암은 대구에서 삼성상회를 개업한 후 와세다대학 시절 친구인 이순근을 지배인으로 맞이하여 삼성상회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고, 조선양조의 경영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삼성상회의 경영 일체를 지배인에게 맡김으로써, 지배인으로 하여금 책임지고 경영하도록 동기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의심이 가거든 사람을 고용하지 말라. 의심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그리고 고용된 사람도 결코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다. 사람을 채용할 때는 신중을 기하라. 그리고 일단 채용했으면 대담하게 일을 맡겨라."는 호암의 인재채용 방식은 이후 그의 경영철학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면서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 탈루, 병역 면탈, 부동산 투기 등 5대 원칙을 천명하고, 이 중 하나라도 위반할 경우엔 고위공직자로 등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또한 "공직후보자는 청와대 내 인사시스템과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엄격한 검증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은 헌정 사상 초유인 현직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으로 비화하였지만 임명권자는 오히려 방관자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은 취임 전에 서초구 자택 앞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깨우는 택시기사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한 혐의로 논란이 되고 있고, 변창흠 국토부장관 후보자도 SH(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이던 2016년 당시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로 숨진 김모군 사건과 관련된 부적절한 발언으로 설화에 휩싸여 있다. 몇 년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과 비교해도 이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대통령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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