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흐르는 강물을 밟고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바람을 잡고 한 발 한 발 너에게로 건너간다
오른발이 앞서 닿으면 왼발이 옆에 포개지고
왼발이 앞서가면 오른발이 옆에 포개지고
비틀거리며 징검다리를 건너간다
물에 빠지더라도
신발을 벗어 툭툭 털면 그뿐이다
젖은 발로도 마른 발로도 건널 수 있다
두 발이 끝에 닿으면 그곳은 우리의 땅
너와 나의 땅이다
영원히 갈라지지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성숙한 우리의 땅으로 가자
비구름을 저만치 남겨놓고 바람을 꽉 잡고
징검다리 건너 그곳에 가자
징검다리는 늘 시작하는 곳에만
돌을 디뎠으면 이제 가야만 한다
이쪽으로든 저쪽으로든 건너야 한다
내 안의 나를 밟고 건너야 한다
저쪽으로 닿기 위해서는
◇유혜경= 1958년 서울生. 강원도 원주에서 詩作 활동 중. 서울 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 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시간의 흐름은 한 방향으로만 직진한다. 인간의 삶 역시 한 방향으로만 직진한다. 사랑도 이 같다. 처음은 징검다리를 건너듯 한발 한발이 조심스럽지만, 서로의 이상향이 같으면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의 방향이 같다는 것은 내 안의 나를 삭여야 하는 희생도 따른다고 할 것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