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따뜻한 풍경
음악이 흐르는 따뜻한 풍경
  • 황인옥
  • 승인 2020.12.2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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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순 참여 ‘수미회 100호’展
2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서
시각 →청각 확장 ‘공감각 예술’
음악·자연은 ‘위로·치유’ 매개
‘첼로는 남성 악기’ 편견 타파
유미순 작
유미순 작.

피아노 건반 위에서 새하얀 손가락이 우아하게 춤을 추고 있다. 몸집만큼 큰 첼로를 연주하는 가냘픈 여인의 치켜세워진 입고리에선 아름다운 연주를 선사하고픈 강단이 묻어난다. 분명 정지된 화면인데 한창 무르익어가고 있는 연주회 속 관객이 된 착시에 빠지고, 그림 에서 음악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림이 ‘시각’이라는 틀을 깨고 ‘청각’으로까지 확장한 공감각 예술로 거듭난다. 작가 유미순이 그린 연주회 풍경이다. 그녀는 숲속이나 실내에서 연주하는 사람들을 그림의 주제로 형상화하고 있다.

음악이나 자연은 지치고 힘들 때 기대는 피난처다. 유 작가에게는 위로와 치유라는 측면에서 음악과 자연은 둘이 아닌 하나다. 작가가 음악이나 자연을 통해 획득하고자 하는 가치는 위로와 치유다.

그녀는 자연을 통해서 ‘스스로 그러한’ 자연의 미적 본질 회복을 꿈꾼다. 그녀에게 자연은 신의 얼굴이자 신의 본성이다. 작가는 신의 오묘한 창조물인 자연을 매개로 자연이 가지는 본질의 회복에 대해 반성한다. 이는 곧 신(神)을 관념이 아닌 경험으로 이해하려는 의지와 결부된다.

그녀는 “‘어떻게 자연을 알아가는가’ 하는 것은 내 예술의 출발임과 동시에 현대의 병리적 증상을 앓고 있는 나 자신을 비롯한 우리 모두의 치유의 방법”임을 분명히 했다.

작가에게 음악 역시 자연과 마찬가지로 위로와 치유의 매개체다. 그녀는 일찍부터 음악이 주는 치유의 힘에 매료됐다. 클래식 음악을 제대로 알고 싶어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주회를 다녔을 만큼 음악의 힘을 믿는다. 연주회 관람 횟수가 늘어날수록 악기 특유의 따뜻함과 편안함을 발견했으며, 그럴수록 불안했던 마음은 심리적인 안정으로 채워졌다. “저한테 음악은 안식처였어요.”

작품 속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악기는 첼로다. 무르익은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닮은 첼로는 규모도 다른 악기에 비해 거대해서 남성연주자의 전유물처럼 다가온다. 작가는 남성적인 악기인 첼로에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에둘러 표현한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라는 주제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의 산물이다. 그녀는 대학에서 가족 상담을 전공했고, 졸업 후 현장에서 수많은 여성들을 상담하면서 ’여성 편견‘의 실체를 인식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림 속 콘텐츠 중 하나로 도입했다.

“첼로 악기에 대한 유례를 알고 여성주의를 공부한 사람으로써 저만이 첼로로 여성편견을 풀어내겠다고 생각했어요.”

작품 속 자연이나 인물들은 모두 심상으로 얻은 결과다. 실제 자연이나 연주회에서 보았던 연주자들을 작가의 의식으로 재해석한다. 마음의 창을 활짝 열고 불안하거 초조한 감정들을 잠재우며 아름다운 빛의 세상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펼쳐낸다. 작가는 “이 때의 희열이야말로 작업의 동력”이라고 자신있게 밝혔다.

유 작가를 비롯한 여류화가 6명이 참여하는 ‘수미회 100호’전은 27일까지 대구문화예술회관 8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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