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 소년 이야기
늑대 소년 이야기
  • 승인 2020.12.2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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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우 대구의사회 기획이사·든든한병원 원장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이 아무리 외쳐도 이미 여러 번 속았던 마을 사람들은 더이상 소년의 말을 믿고 늑대를 잡으러 나타나지 않았다.

누구나 아는 이 얘기가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 같다. 2020년은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잊기 힘든 한 해가 된 거 같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우리 모두는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왔다.

한 순간에 전 세계를 덮친 이 무시무시한 바이러스는 정확한 병의 기전과 전염방식, 전염력, 치사율 등 기존에 알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로 그 이전의 사스(SARS) 나 메르스 등의 바이러스와 달리 무서운 전파속도를 가지고 우리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1년 동안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는 두려움과 맞서 싸워야했고 아직 그 싸움은 제대로 시작도 못한 것으로 보여진다.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들과 의료진들이 밤낮없이 연구하여 이제 겨우 백신이 개발되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그 효과가 제대로 입증조차 되어 있지 못하다.

다만, 차츰차츰 바이러스의 실체에 대하여 조금씩 밝혀지고 있고, 언젠가는 제대로 된 백신과 치료제가 반드시 나올 거라도 믿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유행은 끝난 것이 아니고 이번 겨울에 반드시 그 여파를 치르게 될 것이다.

2020년 2월 말에 의료진들의 해외 유입 차단 요구에도 굴하지 않고 단순히 우한 폐렴이라고 우리랑은 상관 없다고 말하던 정치인들과 몇몇 의료 정책가들의 실수가 분명해졌음에도 그들은 아직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그 고통은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받고 있는 거 같다.

대구에 31번 환자가 나오면서 불과 수일 만에 거의 패닉에 가깝게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때 우리 대구시 의사회 이성구 회장님 이하 모든 의사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의사들과 간호사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대구시청 공무원들, 건강보험공단 직원들, 그리고 모든 대구 시민들의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등으로 겨우겨우 대구의 판데믹을 막아내고 이겨냈는데, 이제 수도권과 서울지역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도 산발적인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다시 또 3월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상태이다.

하루에 10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지도 벌써 2주가 다 되어간다.

올 여름에 코로나가 잠시 소강상태에 있을 때, 대한 의사협회를 비롯한 많은 감염병 전문가들이 올 겨울에 다시 대유행이 올 것이라고 예고하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였으나 정부는 K 방역에 홍보에만 열을 올렸을 뿐, 수도권에 대유행에 대비하여 병상확보도 하지 않고, 대구에서 어렵게 이겨내면서 만들어낸 매뉴얼을 참고하여 대유행 때의 대응에 대한 준비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이참에 그들이 조용히 준비해 오던 공공의대를 확충해야 이런 바이러스 대유행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로, 제대로 된 의사 배출에 10여년이 걸리는데도 무리하게 정책을 강행하려다 의사들의 파업을 일으켰으며, 그로 인해 많은 전공의들과 학생들이 사회적 지탄을 받게 만들고,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 국시마저 시행하지 못하여 내년에 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딜 2000여 명의 새싹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의사들이 바이탈(생사)을 다루는 과를 선택할 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해 놓고는 그걸 모두 돈만 밝히는 놈들로 낙인찍어서 대다수의 국민들과 의사 사이의 신뢰를 깨버리고, 정당한 요구를 함에도 공공 의대를 반대하여 마치 공공 의료를 우리가 망친 것으로 몰아가더니 이제 3차 대유행이 다가오니 다시 우리에게 희생만을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사도 이 나라의 국민이며, 물론 몇 명의 몰지각한 의사들이 있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 시간에도 국민건강을 수호하고자 하는 숭고한 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들을 모두 파렴치한으로 몰아가기 해 놓고서는 이제야 늑대가 나타났으니 나와서 다시 늑대들을 쫓아내라고 말하고 있다.

서울에 코로나 중증환자들의 병상이 모자란다고 연일 뉴스에 나오고 있다.

이 책임이 과연 의사들에게 있는건가? 아니면 여름동안 미리 대책 마련을 하지 않은 정부의 탓인가? 등에 칼을 꽂아 놓고서는 우리에게 헌신만을 강요하는 정부에게 이제 더 이상 늑대를 쫓아낼 마을 사람들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오늘 이 시간에도 전국의 많은 의사 선생님들은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밤낮없이 치료에 노력을 하고 있음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하루빨리 코로나 종식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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