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 축구, '굴욕의 원정사' 새로 쓰다
<월드컵> 한국 축구, '굴욕의 원정사' 새로 쓰다
  • 대구신문
  • 승인 2010.06.24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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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23일(한국 시간) 원정 월드컵 사상 첫 16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전설'이
쓰기까지는 세계 강호들 앞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던 `굴욕의 역사'가 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 처음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축구가 2006년 독일 월드컵까지 6차례 원정길에서 기록한 전적은 1승5무11패.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루긴 했지만 원정 월드컵에서의 성적은 초라하다 못해 치욕에 가까웠다.

한국은 데뷔 무대였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모든 것이 부족했던 한국전쟁 직후, 한국 대표팀은 열차와 미군 전용기를 갈아타는 60여 시간의 여정 끝에 헝가리와 첫 경기 전날 겨우 스위스에 도착했다.

시차 적응도 못한 채 그라운드에 선 한국은 당시 골키퍼였던 고(故) 홍덕영 선생이 온몸을 던져 골문을 지켰지만, 전반 12분 헝가리의 간판 골잡이 푸스카스에게 첫 골을 내주는 등 모두 9골을 얻어맞았다.

사흘 뒤 제네바에서 만난 터키에게 전반에만 4골을 내준 한국은 0-7로 대패, 2패의 성적으로 발길을 돌렸다. 경기 방식이 지금과 달랐기 때문에 한국의 탈락과 서독의 2라운드 진출이 확정되면서 서독과 3차전은 치르지도 못했다.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32년 만에 다시 본선에 오른 한국은 `신동'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첫 상대로 맞았다.

후반 28분 박창선의 발을 통해 역사적인 월드컵 첫 골을 빚어냈지만 현 대표팀 감독 허정무 등이 마라도나를 막는 사이 호르헤 발다노와 루게리에게 세 골을 내줘 1-3으로 패하고 말았다.

불가리아와 2차전에서 1-1로 비기며 첫 승점을 기록한 한국은 이탈리아와 3차전에서도 선전했지만 2-3으로 패배, 세계 축구와 실력 차를 다시 한번 절감했다.

2회 연속 본선에 진출한 1990년 이탈리아 대회에서는 벨기에와 1차전에서 0-2로 완패한 데 이어 스페인, 우루과이에 각각 1-3, 0-1로 져 3전 전패라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들고 귀국길에 올랐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첫 상대인 `무적함대' 스페인에 0-2로 끌려가다 종료 5분을 남기고 홍명보의 중거리포와 서정원의 동점골로 무승부를 만들어내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하지만 2차전에서 볼리비아와 득점 없이 비기고 마지막 3차전에서 `전차군단'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에게 두 골을 내줘 짐을 싸야 했다.

월드컵 본선 '단골손님'이 된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도 참패는 계속됐다.

리옹에서 멕시코와 만난 대표팀은 하석주의 그림 같은 왼발 슛으로 선제골을 뽑았지만, 전반 30분 하석주가 백태클로 퇴장당한 뒤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3으로 역전패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와 2차전에서 0-5로 완패한 한국은 차범근 감독이 중도 경질되는 혼란 속에서도 투혼을 불살랐으나 벨기에와 3차전에서 1-1로 비겨 또다시 발길을 돌렸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쾌거를 일구고도 `안방 호랑이'라는 외부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한국 축구는 2006년 독일 대회에서 토고를 상대로 원정 첫 승을 낚는다.

1차전에서 토고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이천수의 프리킥 동점골과 안정환의 중거리포 역전 결승골로 월드컵 본선 데뷔 52년 만에 `원정 승리'의 한을 풀었다.

한국은 프랑스와 2차전에서 박지성의 동점골로 1-1로 비기며 16강행 티켓을 다 잡은 듯했지만, 오프사이드 논란 끝에 스위스에 0-2로 패하고 프랑스가 토고를 2-0으로 이기면서 원정 첫 16강 진출의 꿈을 미뤄야 했다.

4년 뒤 2010 남아공 월드컵에 나선 한국 대표팀의 16강행 여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한국은 1차전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침몰시키며 상쾌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2차전에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에 1-4로 완패, 24년 전의 `아픈 기억'을 곱씹어야 했다.

하지만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조별리그 통과의 기로인 최종 3차전에서 나이지리아와 2-2 무승부를 기록하며 염원했던 원정 16강 진출의 새 역사를 써냈다.

원정 때마다 강호의 `스파링 파트너'로 전락, 분루를 삼켰던 한국 팀이 아시아 축구를 대표해 세계를 호령하는 진정한 `호랑이'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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