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부터 특별방역 조치 영향
성탄절 연휴에도 동성로 썰렁
상인들 “이런 크리스마스 처음”
아예 휴업 중인 가게도 수두룩
밤 9시 지나자 대부분 ‘셧다운’
크리스마스부터 연말까지 대목을 맞았지만 대구 중심가는 활기를 잃은 분위기다. 지난 24일 ‘연말연시 방역강화’ 조치가 시행된 영향이다. 대목 장사를 기대한 상인들 얼굴에는 시름이 깊어졌다.
크리스마스가 낀 지난 24~26일 주말도 중구 동성로 일대는 썰렁하기만 했다. 25일 낮 12시께 거리에는 커플들과 2~4인 가족단위 나들이객만 드문드문 보였다. 구세군 자선냄비와 트리 등 조형물이 그나마 연말 분위기를 보탰다.
예년의 성탄절과 달리 식당, 카페 등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은 적었고, 아예 휴업 중인 가게도 적지 않았다. 동성로에서 20년 넘게 분식점을 운영한 박모(51)씨는 “이전 크리스마스에는 1~2층이 꽉 차서 대기 손님들에게 일일이 사과하는 게 일일 정도로 바빴지만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 1층도 한산해서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이런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연시는 처음이다. 주변에 문 닫은 식당들도 너무 많고, 임대 기간 끝나기만을 기다리는 이들도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한 카페에서는 영업 개시 2시간 동안 매장 이용객이 1명에 그쳤다. 카페 아르바이트생 이해윤(여·23)씨는 “유동인구 자체가 많이 줄었고, 5인 이상 출입이 안 되다 보니 가게를 찾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탄절 전야인 24일부터는 오후 9시를 기점으로 대부분 가게가 문을 닫으면서 귀가 행렬이 이어지는 상황이 벌어졌다. 여러 카페와 음식점은 출입문에 “12월 24일~1월 3일 영업시간을 한시적으로 변경합니다. 10:00~21:00”, “9시 이후 포장만 됩니다” 등 안내문을 붙여뒀다.
주점이 모인 ‘야시골목’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저녁 장사에 매진하는 음식점은 한 집 건너 문을 닫았고, 불이 켜진 가게도 텅 비어 있었다. 오후 9시 이후 거리에는 귀가하려는 차가 한꺼번에 몰려나오면서 한동안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구세군 자선냄비에 닿은 온정의 손길도 올해는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염은철(50) 구세군 동대구 상담센터 소속 사관은 “지난해 성탄절과 비교해 구세군 거리기부가 4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체감한다. 취약계층 지원 등 내년도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모금 동참을 당부했다.
연말연시 방역강화 조치는 내년 1월 3일까지 이어진다. 대구시는 이 기간 5인 이상 식당·카페 동반 입장을 금지하고, 5인 이상 사적 모임도 금지를 권고했다.
영화관과 노래연습장, 실내스탠딩공연장, 실내체육시설, 독서실·스터디카페는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금지되고, 식당·카페는 이 시간 이후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클럽과 나이트, 단란주점 등 유흥시설 5종에는 집합금지 조처가 내려졌다.
정은빈·한지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