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020년
  • 승인 2020.12.3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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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복 영진전문대학교 명예교수, 지방자치연구소장
미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의 당선을 자신 있게 예견한 미국민들은 드물었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한국인들 중에서도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고령의 나이도 그렇지만 현직 대통령의 재선을 허물기가 쉽지 않은 미국의 정치문화 때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좋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낙선한 것은 사적·공적으로 보인 좀 별난 행태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미국민들은 그런 대통령을 쉽게 갈아치웠다. 민주·공화 양당체제에서 보인 자유민주적 선택정신이 부럽다.

오늘은 2020년 12월31일, 마지막 가는 날이다. 만감이 교차한다. 육체적 삶과 정신을 옥죄는 재난이 끊이지 않는 한해였다. 현대문명사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자연재해 역병 코로나19가 지구촌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어 인간사회의 다양한 체제를 파괴시키고 많은 생명들을 앗아갔다. 예방백신이 개발되었지만 전염병은 변이를 거듭하면서 끝을 보이지 않고 인간 공격을 채비한다. 무서운 감염실체는 생활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공포를 조성한다. 2020년 초입에 준동한 코로나가 거침없이 2021년으로 이전된다고 생각하니 두려움이 앞선다. 방역기관이 전염병 발호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는 환자를 보면서 행여 사람들이 전염병에 무디어가지는 않을까 저어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탐욕에 젖어 사회적 재해를 양산하는 무리들이 있다. 사회적 재해는 자연재해 못지않게 악질이어서 인간을 황폐하게 만든다. 2020년에는 그 폐해가 매우 컸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삼권분립이다. 헌법상 국회의 입법권, 법원의 사법권, 정부의 행정권이 독립되어 있다. 대통령중심제인 나라에서 대통령의 힘이 막강한 것은 행정권을 총괄하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법을 만들고 법원은 위법성 유무를 다루지만 행정은 수많은 법을 집행한다. 대통령은 국가행정의 책임자로서 국가를 총괄·통치하는 위치에 있다. 필요하면 국회에 법 제정을 요구하고 소속 정당인 여당은 대통령이 원하는 법을 만드는데 혼신을 다한다. 대통령은 자당에서 국회의원이 많이 나오도록 음양으로 힘을 보탠다. 여기서부터 삼권분립의 기틀이 흔들린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많은 인사권을 가지면서 국가체제 곳곳에 추종자들을 심는다. 자기 체제를 완벽하게 구축하기 위해서다.

지금 한국의 정치·행정현상을 조명하면 대통령의 권한이 여러 체제 곳곳에 스며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대통령의 정책이념을 추구하고 충성하는 이른바 문빠에 속하는 사람들이 국회·정부·법원 등 여러 곳에 널려있다. 외형적·제도상으로는 체제의 기능이 분산돼 있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안 미치는 곳이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법원의 판결로 대통령의 징계에서 벗어난 일로 시끄럽다. 자기가 임명한 검찰총장을 쫓아내려고 하는 것은 검찰이 청와대와 관련 있는 비리를 조사하지 못하도록 대못을 박으려는 것이라고 언론보도가 끊이지 않는다. 아마 국민들 가운데도 그런 의아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꽤 있을 것이다.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 직무복귀와 관련하여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 드린다”고 했다. 대통령의 사과는 가끔 있었지만 진실성이 없는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는 생각을 이번에도 하게 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시중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처럼 이번 일이 대통령이 인사를 잘못해서 빚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이념의 근저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입으로는 법과 제도 공정을 말하면서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의심을 갖게 하는 것이 늘 문제다.

청와대의 울산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라임 옵티머스펀드 사기, 월성 원전 1호 경제성평가 조작 등 문제의 실체를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줄 안다. 통치행위의 근간은 법이므로 법 기능에 맡기면 아무 탈이 안 생긴다. 국민들이 검찰총장이 직무에 회귀하는 것을 반기는 것은 중단된 검찰 조사를 빨리해 주기를 바라는 염원이다. 검찰총장은 헌법·법치·상식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새해에는 자연재해도 기울고 사회적 재해가 줄었으면 좋겠다. 내 개인적으로도 2020년은 힘든 한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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