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간첩 : 전광훈 목사의 거짓된 신념조차 값진 것이다
대통령은 간첩 : 전광훈 목사의 거짓된 신념조차 값진 것이다
  • 승인 2020.12.3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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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률
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전광훈 목사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가 전부 무죄선고 되었다. 그 중 명예훼손죄와 관련하여 '문재인은 간첩, 문재인이 공산화를 시도했다' 등의 발언이 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되었고 그 이유는 "간첩 발언은 '북한에 우호적인 사람' 정도로 이해되거나 해석될 여지가 더 크다", "공적 인물인 문 대통령의 정치적 성향 내지 행보를 비판하는 취지의 의견 표명이나 그에 대한 수사학적 과장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현직 대통령이자 정치인인 공인으로서, 공적인 존재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검증은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더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넓게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한편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언급한 사건은 1심 무죄, 2심 유죄가 되었고, 2심은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념갈등 등에 있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그 어떤 표현보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이고, 발언 내용의 중대성 등에서 표현의 자유 범위 안에서 적법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우리나라가 점점 민주화를 이루면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하여 유독 쥐박이, 닭근혜, 왜구, 문재앙 등 대통령 비하발언이 난무하고 있고, 대통령 또는 퇴직한 대통령을 상대로 한 매우 강한 모욕적이거나 명예훼손적인 발언이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미국에서 1차 대전 중 징병법 반대 입장의 사람이 '징병법은 위헌이므로 징병에 응하지 말자'라고 우편물을 보낸 사건에서 전쟁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이는 매우 위험한 표현이고 즉각적으로 사회적 해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이유로 유죄가 인정되었다. 따라서 고영주, 전광훈 목사의 사건에서도 6.25.전쟁 및 현재 남북대치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어느 정도의 위험한 상황에 처하였다고 보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전광훈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매우 안정성을 가진 사회이므로 대통령에 대한 이정도의 표현은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할 정도가 아니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고, 고영주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남북한의 대립상황, 6.25. 전쟁, 현재의 극심한 이념대립의 상황에서 위와 같은 발언은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본 듯하다.

한편 대통령은 공적인물이고 공적인물을 상대로 한 표현의 자유는 더 넓게 인정되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일반인에 비하여 한층 더 넓게 허용되어야 하므로 일반인을 상대로 '공산주의자'라고 하는 경우 보다 무죄가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선거를 통하여 180석을 획득한 여당 입장에서는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 진행되는 민주국가에서 굳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다시 어떤 방식으로든지 반영할 필요성이 있나'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여 사상의 자유 시장에서 반대의견도 자유롭게 제시되도록 하는 것은 활발한 논의를 통한 진실발견에 도움이 되어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소수자의 목소리가 자유롭게 표현되도록 하여야 다수자가 자신들의 생각을 한번 더 돌아보게 만들어 다수자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만들어 준다. 이런 점에서 특히 정권을 잡지 못한 사람들의 표현의 자유가 매우 중요하다. 전광훈 목사의 주장이 비록 엉터리 신념에 기초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가정하여도 위 주장이 사상의 자유시장에 등장하여 논의되었다는 것이 사회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다.

소수 야당 및 소수자의 목소리를 그들의 집단에서만 가두어 놓고 사회 전체적으로 허용하지 않게 한다면 소수자들의 주장이 허용가능한 주장인지를 검증받을 기회가 없고, 반대로 다수자들 역시 다수 의견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받지 않아 자신들의 의견을 시정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

2020. 우리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를 너무 무시하였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는 서로를 너무 무시하고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2021. 우리 사회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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