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월
  • 승인 2021.01.06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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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은
홍성은

 

그대여!
밤새 내린 눈으로 지상은 식물들의 무덤이 되었다
연약한 영혼은 그대에게 상처를 받았고
괴로워하던 계절의 꽃들은 잎이 졌다
북풍 속에 싸락눈이 날리는 산 위로
오래된 낡은 꿈이 떠오른다

그대여!
새들이 떠난 어둠 속에 늙은 진부한 돌
지난 가을날에 노래하던 새들을 부르는 음악이 없구나
떠나가고 다시 돌아오는 순식간에 그믐달이 뜬다
사람들은 저마다 괴로운 꿈을 꾸는 밤을 맞는다

그대여!
태양이 전나무 검은 나뭇가지와
돌들의 이마를 찬란하게 비출 때
돌아서 볼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를
마음으로 끌며
나는 들판을 향하여 서게 된다

그대여!
그대는 전나무들이 무장무장 푸른
숲속 오솔길을 기억하는가?
그 푸르른 날 잎을 펼치고
점점 붉어지는 3월의 날들을 기억하는가

그대여!
그대와 내 곁에서 시작하여 흘러간 냇물처럼
변하지 않을 오래된 연인들 사랑
초록으로 일어서는 들판의 물소리를 잊지 않았는가

그대여!
겨울에 검어지는 바위들 무거운 침묵과
증오와 애증이 끓는 광장의 차가운 벽에서
나는 등을 돌렸다
꽃들이 누운 지상의 관 뚜껑을 닫고
그대에게 느티나무 잔가지들을 보낸다.

◇홍성은= 1963년 강원 태백 출생.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 전공, 대구, 경북지역대학 반월문학상 대상 수상(10).

<해설> 나뭇잎 하나 달리지 않은 12월, 황량함의 극치다. 어둡고, 쓸쓸하고, 생동함이란 찾기 힘든 막막한 동토, 하지만 햇살은 동토에 희망을 부추기고 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차가운 벽이 있다. 겨울을 극복하면 따듯한 봄바람에 꽃들이 활짝 피듯, 손 내밀면 서로가 따뜻한 웃음을 지을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이다. 12월은 너무나 황량하다 손을 내밀고 함께 따뜻한 미래를 꿈꿔야 할 것이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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