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시대, 사람 귀한 세상
인구 감소 시대, 사람 귀한 세상
  • 승인 2021.01.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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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 연구소장
계속 늘어나기만 하던 우리나라 인구가 줄어든다는 소식으로 새해를 연다.

우리나라에 1962년 주민등록제도가 도입된 이후 처음으로 인구통계상 인구감소가 나타난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구절벽’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인해 노동·소비가 줄면서 국가 경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영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구시도 주민등록 인구가 지난 10년 동안 9만명이 감소하여 서울, 부산에 이어 세 번째로 감소 폭이 크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20년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31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 통계상 인구 증가율이 전년 대비 2만838명 감소한 5천182만9천23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출생자는 27만5천815명으로, 3만2천882명 줄어든 반면, 사망자 수는 30만7천764명으로 9천269명 늘어 사상 첫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40년 뒤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절반 이하로 감소하는 ‘반 토막 대한민국’을 맞이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자녀의 수 ‘합계출산율’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 2019년 0.92명, 지난해는 1분기 0.9명, 2·3분기 0.84명 등 계속해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한국은행은 2022년에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이 0.72명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유엔(UN) 인구기금에 따르면, 세계 평균 합계출산율은 2.4명으로 우리나라보다 출산율이 낮은 국가는 없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제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계획’(2021~2025)을 발표, 총 169조 원의 재정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주요 정책으로는 모든 만 0∼1세 영아에게 2022년부터 30만원(2025년까지 50만 원으로 단계적 인상)을 지급하는 영아 수당 신설, 출산 시 200만 원을 바우처 형태로 지급,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 상한 확대, 육아 휴직 급여 전면 개편 등 현금성 지원으로 출산을 장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러한 현금성 지원은 저출산 문제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없다. 아동 수당 지급은 단발성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으며 출산을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등 삶의 질 개선이 중점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변해야 한다. 취업이 안 되고 집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보통 시민이 어떻게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는가. 그동안 잘 살기 위해서 모두가 많은 노력을 해왔다. 국가 전체의 부가 커지는 동안 차별적인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지금까지 주류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정신없이 달려왔다면 이제 비주류, 소수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그렇지 않고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누구든 꿈을 가지고 살만한 사회가 되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것이다.

소수자는 수적으로 열세에 있는 사람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는 사회적 약자이다. 권력적, 경제적, 문화적, 신체적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비정규직 근로자, 외국인 노동자, 미혼 부모, 동성애자. 결혼이주여성, 여성(수는 많지만 소수자!) 등이다.

국회와 지방의회는 많은 법과 조례를 만들고 있지만 정작 우리사회의 약자, 소수자에 관한 법률 제정은 미미하다. 소수자, 사회적 약자에 관한 문제는 해결하고자 해도 너무나 장애물이 많은 난제다. 다른 법은 많이 만들어지는데 비해 정작 소수자를 위한 법은 제대로 발의되기도 힘들고, 설사 발의되더라도 통과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차별금지법, 청소년 인권조례, 성인지예산조례 등이 대표적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일은 절망적이지만 우리 사회 구성원의 인권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로 삼는다면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모두가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지금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새해가 되기를 바란다. 다르다고 차별받지 않으며, 무엇보다 일자리가 늘어 누구나 기본적인 삶을 꿈꿀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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