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왜 소리를 내는가 - 의사 표현이 곧 삶이다
새들은 왜 소리를 내는가 - 의사 표현이 곧 삶이다
  • 승인 2021.01.07 20: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후섭 아동문학가·교육학박사
일전 어느 수필가가 쓴 ‘새들의 목소리가 들린다.’라는 작품을 읽었습니다. 새에 대한 이야기를 찾고 있는 필자에게는 단비 같이 다가왔습니다.

그 수필가는 ‘시골에서 깍깍거리는 까치 소리는 반가운 손님이 올 때, 들리는 소리이다. 실제로는 낯선 이를 경계하는 소리이지만, 손님이 오는 것은 분명하다. 도시에서 들을 때, 혹시 자기들끼리의 부드럽고 낮은 소리로 깍깍거리는 소리와 경계하는 높고 거친 소리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라고 운을 뗀 다음 ‘한국인들은 세계에도 잘 알려져 있듯이, 빨리 빨리의 습성이 있다. 성미가 몹시 메마른 탓이다. 일을 빨리 끝내라는 명령의 소리와 더불어 꾸물거리는 나태한 습관을 질타하는 소리로 들리며, 모두 높고 강한 소리로 부른다. 이는 까치와 까마귀가 자신들의 공통어로서 빨리 빨리로 내는 소리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나타낸 바가 있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대로 사물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도시에서도 까치와 까마귀 소리는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들 소리의 고저장단에는 분명히 어떠한 의도가 담겨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 날 톨스토이를 찾아온 이웃집 아이가 ‘선생님, 새들은 왜 저렇게 노래를 할까요?’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많은 소설과 함께 마침내 <예술론>이라는 논저를 쓰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새는 왜 노래할까요?

새는 왜 울까요?

지역에 따라서 ‘새는 노래를 한다.’라고 표현 되는데, 우리는 대체로 ‘새는 운다.’라고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이를 두고 어떤 이는 우리 민족에게는 울음이 많기 때문에 말도 그리 굳어졌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이웃집 아이가 문득 던진 이 질문은 결국 사물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니 톨스토이가 추구한 것은 결국 사물의 본질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였고, 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수많은 작품이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새의 소리가 우는 것으로 들리던지 노래하는 것으로 들리든지 간에 분명한 것은 그것은 하나의 의사표현이었고, 그 의사표현의 최종 목표는 ‘살아가기 위한 것이다.’라고 결론지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필자도 어린 시절 시골에서 여러 새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까치와 까마귀는 비슷하게 생겼지만 그 소리가 달랐고, 같은 까치라고 할지라도 새끼를 찾을 때와 우리가 돌팔매질 할 때 내는 소리가 달랐습니다.

물가 바위틈에 집을 지은 새는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면 소리를 내지 않고 평소와는 다르게 날아 우리를 다른 곳으로 유인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소리를 내지 않은 것은 입에 먹이를 물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바위틈 위를 푸드덕거리거나 얇은 휘파람 소리를 뿜어서 바깥의 긴장감은 둥지 속 새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을 것입니다. 이른 바 ‘무언의 소리’라고 하겠습니다.

인도 남쪽에서 우랄 산맥을 넘어 북유럽으로 향하는 철새들은 산맥을 넘을 때가 매우 위험하다고 합니다. 독수리가 숨어 있다가 공격하기 때문입니다. 영리한 독수리들은 절벽 틈에 둥지를 틀고 있다가 철새들의 소리를 듣고 나와서 대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한다고 합니다. 무리를 이끌어가는 대장이 내는 소리와 그냥 뒤따라가는 새들의 소리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독수리들은 철새 떼에게 대장이 없으면 두서가 없어지니 공격하기가 쉬워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어떠한 철새들은 위험한 곳의 하늘을 날아갈 때에는 고도를 높이거나 약속이라도 한 듯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걸 오래 지켜본 사람들은 아마도 새떼들이 대장의 명령에 의해 입 크기의 작은 조약돌을 물고 날았을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소리는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의사표현임이 분명합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