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백신
희망 백신
  • 승인 2021.01.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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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윤 SQ힉스아카데미 대표, 경영학박사
벌써 1월 중순이니 2021년의 새해는 걸음이 빠르기도 하다. 작년 이맘 때 쯤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전히 극성이다. 이제는 누구나 안심할 수 없고 누구도 안전하다 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서너 살 되어 보이는 동네 꼬맹이를 만났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예쁘네”라고 말을 건넸더니 “안녕하세요?”라며 앙증맞게 인사를 한다. 아이 부모가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하기에 “마스크를 벗으면 더 예쁠 텐데요” 라고 말을 했지만 좁은 공간에서는 그것마저 조심스럽다.

마스크라는 백신을 온 국민이 사용하고 있지만 코로나19의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 그러나 치료제는 물론 예방을 위한 백신도 개발이 만만치 않다. 국내 백신은 개발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듯하고, 해외 백신도 예방 효과가 아직 확실치 않은 모양이다. 그런데 해외 백신의 수입조차 정치권의 공방이 오고가고 있으니 참 답답한 현실이다. 그러던 사이에 또 변종 바이러스가 발생했다. 의학계의 대응을 기대해 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이나 치료제로도 해결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빅토르 프랑클’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는 한, 어떤 모진 현실 속에서도 바틸 수 있다고 우리를 가르친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강제 수용소에서 3년 동안 수감되었다가 살아남아 ‘로고테라피’를 창안한 정신의학자이다. 수용소 시절, 지독한 추위와 살을 에는 맞바람 속에서 끈이 없는 구두를 신은 그는, 발이 너무 아파서 울며 작업장 까지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 힘든 걸음 속에서도 그의 머리를 파고 든 것은 비참한 수용소살이의 온갖 자질구레한 문제들이었다.

‘오늘 저녁에 먹을 것이 있을까? 만약 소지지 한 조각이 특식으로 나온다면 그걸 빵 한 조각과 바꾸는 것이 나을까? 구두끈 대용으로 쓰던 철사가 부러졌으니 새 철사를 어디에서 구한담? 오늘 혹시 재수 없이 성격이 지랄 같고 폭행을 일삼는 현장 감독 밑에서 일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 때 문득 그의 상상 속에 그려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는 조명이 환하고 훈훈하게 난방이 되는 커다란 강단에 서서 ‘강제 수용소의 심리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에는 많은 청중들이 편안한 의자에 앉아서 그의 강의에 열심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빅토르 프랑클’은 그런 상상의 희망을 통하여 모진 현실과 상황을 이겨내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사람은 수용소에서 낙오자가 되었다. 희망을 잃는다는 것은 정신력의 상실을 의미했고 그런 사람은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말았다. 1944년 크리스마스에서부터 그 해 연말까지 한 주일 동안 수용소의 사망자 수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 그것은 작업환경이 갑자기 나빠졌거나 음식의 질이 떨어지거나 악성 전염병이 돌았기 때문도 아니었다.

사망자가 속출한 단 하나의 이유는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집에 돌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좌절된 데 있었다. 절망과 좌절이 얼마나 강력하게 인간의 저항력을 와해시키는지 분명히 보게 된 것이다. 이것은 한 사람의 용기나 희망, 혹은 좌절이나 절망 등의 감정은 인간의 면역계와 매우 긴밀하게 얽혀 있음을 보여 준다. 희망이 급격하게 꺾일 때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치명적인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라져 버리면 우리의 육체는 질병에 쉽게 무릎을 꿇고 만다. 마스크와 코로나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임에 틀림없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희망이라는 백신은 코로나 19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깨끗해진 공기를 마음껏 들이키며 함께 웃으며 식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반갑게 악수하며 서로를 힘껏 포옹할 것이다. 착각에 의한 긍정적 상상도 우리 면역계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충분히 코로나 이후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제는 정말 우리 이웃의 존재, 내 친구의 따뜻한 손, 그들과 함께 먹는 밥 한 끼가 충분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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