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플랫폼’을 무시한 김종인…‘추수꾼’으로 등장한 안철수
‘야권 플랫폼’을 무시한 김종인…‘추수꾼’으로 등장한 안철수
  • 승인 2021.01.12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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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삼수 서울본부장
윤삼수 서울본부장
올해는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9월 민주당,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 여당의 잘못으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연대에 소극적인 소리를 내며 당내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고 안철수 대표는 당 밖의 '빅텐트'에서 야권통합 경선을 주장해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기억에 남는 TV 토론이 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라고 물었고 그 후 "제가 MB 아바타인가"라고 물었다. 정치 평론가는 시청자의 기억에는 'MB 아바타' '갑철수'라는 단어만 남게 되었다고 비평했다. 안철수 대표가 정치 입문 10년여 동안 이룬 '업적'은 이렇다. 지난 2011년 9월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압도적 1위였던 안철수가 박원순을 만나 20분 만에 후보를 양보해 안철수는 세상에 알려졌다. 2013년 노원구에서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냈고 탈당해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을 창당, 호남에서 약진하며 당 대표를 지냈고 지난 대선에 출마했다. 호남을 기반으로 수도권과 영남권을 공략하며 전국적 득표를 노렸으나 보수와 중도 어느 쪽도 확실한 지지를 받지 못했고 득표율 21.4%로 홍준표 후보에게 밀렸다.

대선 후 유승민 의원과 바른미래당을 창당했고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안철수 후보의 득표율은 19.55%였다. 23.34%를 받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에게도 뒤졌다. 2018년 독일로 떠난 후 미국을 거쳐 귀국해 바른미래당을 탈당, 21대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신당이라는 '떴다방' 명칭을 사용하려 했으나 선관위가 불허했다. 다시 국민의당을 창당, 지역구 후보 없이 비례대표 후보자만 공천했다. 그랬던 그가 '좀 야물어진 것' 같다. 지난 11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및 2022년 대선을 겨냥해 범야권 혁신 플랫폼을 구축하자"고 했다. 그 후 '문재인 정권 신적폐청산 범국민운동'에 함께 할 것을 촉구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야권연대는 안 대표가 본인과 연대를 하자는 것이지 무슨 야권연대냐"며 평가절하했다. 그러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힘든 안 대표는 서울시장 출마 카드를 꺼내 들고 반격에 나섰다.

국민의힘으로서는 난감하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부터 지난 총선까지 7번 선거에서 서울의 득표율은 국민의힘과 보수 정권이 한 번도 민주당을 이긴 적이 없다. 서울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20-40대 유권자가 50대 이상보다 많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서울 민심이 변해서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이 이겨야 한다 (56%)로 앞서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모두보다 압도적으로 앞서고 또 여권 후보 모두를 합친 것보다 월등한 1위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힘 지지층 43.9%가 안 대표를 선택했다. 보수층은 안철수가 뻔들대고 마음에 들지 않으나 대안이 없어 떠받치고 있다.

중이 미우면 입고 있는 가사(袈裟)도 밉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 안철수가 보수에 준 상처는 깊다. 서울시장을 박원순에게 양보한 것과 무소속으로 정치에 입문 후 새정치민주연합에 입당, 잦은 탈당과 창당. 지난 대선에서 야권 분열로 문재인 정권 탄생의 책임도 따르기 때문이다. 짧은 정치경력에 탈당과 창당을 반복한 그의 정치성향과 이념은 무엇인지 혼란스럽다.
국민은 코로나가 창궐하자 대구에서 땀 흘리며 '의사 안철수'로 자원 봉사할 때가 가장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정치도 땀을 흘려야 수확이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0년간 보수를 위해 자기희생이나 땀을 흘리지 않았다. 그러다 무르익어가는 서울시장 자리를 손쉽게 '추수'하러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나경원 전 의원을 포함해 후보군이 넘치는데 싸우기도 전에 안 대표에게 뜨거운 구애를 보내고 있다. 그만해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안 대표의 국민의당이 지난 선거에서 거둔 성적은 국회의원 3석(300석), 기초의원 1석 (2,926석)이 전부다. 김종인 위원장은 도박도 밑천이 비슷한 '잘 아는 사람들'과 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잘 안되는 것 같다.

안철수 대표는 서울시장 야권 후보 단일화에 앞서서 과거 보수에 준 상처에 대한 진심 어린 회한(悔恨)의 눈물과 야권 후보 단일화 결과에 승복하고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대권에는 도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그래야 보수층에서 안철수에 대한 각종 '중증(重症)의심병'을 거두고 간절한 마음을 모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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