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바람이 와서 흔들고
밤에는 비가 와서 흔든다
누군가 와서 아무리 흔들어도
온몸으로 버티고 서 있으면
중력으로 몸은 땅을 더욱 깊이 누르고
나는 점점 내 안으로 스며든다
작은 호수 하나가 있다
고요와 평화가 깃든 저녁 호숫가
깔깔 웃던 아이들은 모두 돌아가고
긴 나무 그림자 아래 홀로 뜨는 달빛
달빛 아래 가만히 앉아
모르는 이의 발밑을 내려다본다
종일 안간힘 쓰며 버텼던 발
온몸이 다리가 되어
온몸이 발이 되어
서 있던 하루처럼
그런 바위 같은 사람으로 살리라
눈멀고 귀먹고 입 없어
아무 소리 않고
그저 서 있으므로 든든한
그런 바위 같은 사람 되어
그대 곁에 서리라
◇유혜경=1958년 서울生. 강원도 원주에서 詩作 활동 중. 서울 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 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삶이 힘든 것은 내가 나를 지탱해야 하는 난제 때문이다. 하루가 힘없이 주저앉고 나를 지탱해 주던 발을 내려다보면 내 발인지 남의 발인지도 모른 안쓰러움이 나를 올려다본다. 미안하고 고마운 발은 나의 하루인 것이다. 그렇듯 나도 가족에게는 발 같음이라, 힘을 내는 것이다. -정광일(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