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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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1.13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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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경

낮에는 바람이 와서 흔들고

밤에는 비가 와서 흔든다

누군가 와서 아무리 흔들어도

온몸으로 버티고 서 있으면

중력으로 몸은 땅을 더욱 깊이 누르고

나는 점점 내 안으로 스며든다

작은 호수 하나가 있다

고요와 평화가 깃든 저녁 호숫가

깔깔 웃던 아이들은 모두 돌아가고

긴 나무 그림자 아래 홀로 뜨는 달빛

달빛 아래 가만히 앉아

모르는 이의 발밑을 내려다본다

종일 안간힘 쓰며 버텼던 발

온몸이 다리가 되어

온몸이 발이 되어

서 있던 하루처럼

그런 바위 같은 사람으로 살리라

눈멀고 귀먹고 입 없어

아무 소리 않고

그저 서 있으므로 든든한

그런 바위 같은 사람 되어

그대 곁에 서리라

◇유혜경=1958년 서울生. 강원도 원주에서 詩作 활동 중. 서울 동덕여고 졸업. 원예학, 국어국문학, 힌디어 힌디문학사 공부. 저서: 자전적 에세이 <그림자 이야기>, 운명의 수레바퀴를 굴리며 노마드로 살아가는 자유로운 영혼 등.

<해설> 삶이 힘든 것은 내가 나를 지탱해야 하는 난제 때문이다. 하루가 힘없이 주저앉고 나를 지탱해 주던 발을 내려다보면 내 발인지 남의 발인지도 모른 안쓰러움이 나를 올려다본다. 미안하고 고마운 발은 나의 하루인 것이다. 그렇듯 나도 가족에게는 발 같음이라, 힘을 내는 것이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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