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지나간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 승인 2021.01.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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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B.C.(Before Christ)와 A.D.(Anno Domimi)의 의미가 달라졌다.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이 "앞으로 세계 역사는 'B.C.(Before Corona, 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rona, 코로나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말한 뒤부터는 공공연하게 B.C.와 A.D.를 'Before Corona,(B.C.)'와 'After Disease(A.D.)'로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도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끝나더라도 세계는 이전과는 전혀 같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새로운 의미에 따르면 2021년은 AD 2년이다. 코로나19로 변화한 삶이 2년 차에 접어든 지금 달라진 것도 많고, 달라질 것 또한 여전히 많다. 그중 가장 큰 변화가 '사람'에 대한 생각이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농담이 아닌 현실이 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켜야 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자연스럽게 생활적 거리두기가 되었다. 사람으로 인해 내가 위험해질 수 있음을 몸소 체험한 우리는 가능하면 사람과 접촉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부대끼며 살아온 세대들도 이러한데 등교보다 온라인 수업을 더 많이 한 세대들에게는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의미조차 알 수 없는 그저 사람의 접촉이 위험한 세상이다. 이렇게 무엇이든 모여야 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모이지 않아도 가능하게 되면서 '사람과 거리를 두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졌다.

집의 의미도 달라졌다. 한 공간에서 온 식구가 마주하는 시간이 늘면서 가족은 공간을 공유하던 집에서 시간을 공유하는 집으로 개념을 옮겼다. 각자의 시간에 따라 같은 공간을 공유하던 가족이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을 공유하게 되면서 집은 새로운 효율성을 갖춰야 했다. 집은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커뮤니티의 장소이자,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는 기능적인 공간이 되었다. 스포츠센터 대신 홈트레이닝을 위한 공간이 되었고, 학교 대신 배움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며, 회사 대신 업무용 공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맛집 대신 맛있는 배달 요리나 유명 외식 브랜드의 HMR(Home Meal Replacement; 가정식 대체식품) 제품을 차리고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가끔은 영화관이 되기도 하고, 음악공연이 펼쳐지기도 하며 전시회를 관람하기도 한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가능했고 누렸던 생활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누리고 있다.

쇼핑도 달라졌다. 대량주문을 하는 생필품은 빠른 배송이 가능한 곳에 온라인 주문으로, 꼼꼼히 따져보고 구매할 제품은 라이브 쇼핑을 이용한다. 적은 양이 필요하거나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는 주류, 약 등은 동네 편의점이나 동네약국을 이용한다. 자연스럽게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동네 정보가 빠르게 SNS로 공유된다. 이런 변화는 패션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1마일(1.6km) 반경 안에서 입는다는 '원마일웨어(One-mile wear)룩'이다. 쉽게 말해 집 앞에 나갈 때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격식보다는 편안함이 중심이지만 가까운 외출이 가능한 스타일이다. 이미 다양한 패션업계에서는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원마일웨어를 선보이고 있을 뿐 아니라 명품업계에서도 일상복과 외출복의 경계를 허문 디자인들이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많은 이들이 '마스크 벗는 삶'을 희망한다. 9시만 되면 불이 꺼지는 음식점을 보면서 12시까지 함께 어울리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마스크를 벗는 그 날이 오더라도 우리들의 홈콕과, 우리들의 동네 생활은 달라지지 않을 것을 안다. 사람은 언제든 서로에게 충분히 위험해질 수 있으며, 집 안에 머무는 것이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모여야 가능했던 많은 것들이 모이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 트렌드 전문가들은 지나간 트렌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코로나 이전에 대한 향수는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이전의 그 모습으로는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미 변화는 시작했으며 우리는 그 안에 머물고 있다. 시곗바늘이 거꾸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삶의 모습 또한 그럴 것이다. 아직도 변화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변화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멈출 것인지는 A.D. 2년에 접어든 우리 모두의 고민이자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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