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위 장 속으로
군위 장 속으로
  • 승인 2021.01.1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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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호
달력에 요일 숫자 끝자리가 3이거나 8일이면
군위군 8개 면이 한동네 되어 잔칫날이 된 축제
장꾼들 얼굴에 비춰진 부서진 햇살로 온 장터가 환하다

사람들은
이유도 없는 웃음 얼굴 가득 담아
아직 파장도 안 되었는데 흥건하게 맹맹하게
왁자지껄하다

이 얼마나 오래된 소음의 미덕인가
도라지 파 시금치 서너 군데 놓고
젊어 건장하던 친구의 형부가 담배를 뻐끔거리다 말고
"아이고! 예쁜 아주머니 그냥 가지마고 사 가이소" 한다

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따라와
입가에 잔뜩 설탕 반짝이며 얻어먹던
50년 된 도너츠 가게에서
앉은뱅이 목 의자에 앉아 도너츠를 먹는 저들은
죄를 지으면 어떤 죄를 지을까 생각해 본다

저마다 살아온 주름만큼 얼굴 마주하고
이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증거하고 있다

느닷없는 생의 예측불허에
너덜해진 시간들 다시 추스르려
오래전 발자국 다시 찾아 다녀보는
군위 장 속에 양 갈래머리 땋은 어린 소녀가 있다

희극인 듯 비극인 듯
이렇게 서로를 보여주며 기소하고 있다.

◇이필호= 1959년 경북 군위 출생. 2010년 사람의 문학으로 등단, 삶과 문학 회원, 대구 작가회의 회원, 2017년 시집 <눈 속의 어린 눈>.

<해설> 시골 오일장은 온 군민들의 만남의 장소다. 만나면 그저 반가운 이웃들, 그래서 장마당은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또한, 그 맛에 찾아가는 곳이 오일장이다. ‘양 갈래머리 땋은 어린 소녀’의 추억이 오롯한 그곳, 나이 들어 찾아온 그 소녀의 어제와 오늘이 만나. 아련한 향수에 잠겨본다. -정광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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