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면
다시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면
  • 여인호
  • 승인 2021.01.18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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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설초-김영호교장-6학년때-영호
필자의 어린 시절
“자(저 아이)는 어른들보다 지게질을 더 잘 한다카이.”

“그래, 자가 달수 아들이지. 웬만한 어른들보다 동(낙엽과 풀, 나뭇가지 등을 모아서 원기둥 형태로 굵게 묶어서 한 덩이로 만든 묶음)을 더 잘 맨들어서 지고 온다.”

영호가 초등학교 때 지게질을 하면 시골 마을의 어른들이 하신 말씀입니다. 영호의 초등학교 6학년은 그리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행복했던 까까머리 초동목아의 시절이었습니다.

여름방학이면 소를 먹이고 풀을 베는 것이 일과였습니다. 지금도 선명한 중지의 상처는 6학년 여름방학 때 참깨를 찌다가 낫에 베인 것입니다. 겨울방학에는 땔감용 나무를 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선고께서 영호가 5학년 때 지게를 만들어 주신 덕분에 또래들보다 일찍 지게질을 했습니다. 방학 때가 아니더라도 학교를 마치면 바쁜 농촌에서는 일손을 보탤 일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늘 일만 한 것은 아닙니다. 6학년 때 영호의 학교생활의 시작과 끝은 축구였습니다. 마을별 시합을 하거나 몇몇이 축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에는 진창이 된 운동장에서 비를 맞으면서도 축구를 했습니다. 겨울에는 눈밭에서 축구를 하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아직도 아이들과 축구를 하면 엄지척을 받곤 합니다.

중학교는 무시험 입학이라서 공부에 대한 부담은 많지 않았습니다. 4학년 때부터 공부에 흥미가 붙어서 6학년 2학기에는 모든 과목에 ‘수’를 받았습니다. 매일같이 반복된 비슷한 말과 반대말 찾기, 낱말 뜻 찾고 짧은 글짓기 등의 숙제는 영호의 말과 글의 디딤돌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고전읽기 대회를 준비한다고, 이순신, 동국병감 등의 책을 읽었던 것은 영호가 책을 좋아하게 된 전환점이었습니다.

2020년 10월 27일에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6학년의 세 학반 아이들과 수업을 했습니다. 6학년 2반은 촬영을 해서 우리학교 유튜브(https://youtu.be/kImJDo_Chhk)에도 올렸습니다. 수업을 마치면서 졸업하기 전에 한 번 더 재미있고 유익한 수업을 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코로나19의 방역수칙으로 학생 밀집도를 낮추는 바람에 겨울방학 전에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2021년 1월 25일에 개학을 하지만, 모든 학년이 원격수업입니다. 졸업식은 2월 10일입니다. 졸업식은 아이들만 등교를 해서 교실에서 반별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개학일과 졸업일을 빼면 6학년 아이들과 수업을 할 수 있는 날은 11일 동안입니다. 6학년 선생님들과 의논을 해서 그 11일 중에 하루를 정해서 수업을 할 생각입니다. 원격수업입니다. 수업 내용도 6학년 선생님들과 의논을 해야 합니다.

영호가 생각하는 수업의 주제는 ‘질문’입니다. 첫 번째 활동은 영호의 초등학교 6학년 때의 까까머리 사진을 아이들과 공유합니다. 6학년 아이들은 자신들과 같은 학년인 까까머리 영호 또는 교장인 지금의 영호에게 자유롭게 질문을 합니다. 영호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가 지금의 교장이 되었다가를 되풀이하게 됩니다. 이렇게 질문과 답을 주고받고, 미처 답하지 못한 내용은 졸업일에 아이들에게 줄 편지에 대답을 할 생각입니다. 두 번째 활동은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하는 시간입니다. 초등학교 생활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한 자문자답의 시간입니다. 이 시간을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힘을 겸비한 인격체로 성장하기를 소망합니다.

영호가 ‘다시 초등학교 6학년이 된다면’ 하는 생각만으로도 참 가슴이 설레는 일입니다. 여러분들도 돌아가고 싶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보시면 어떻겠습니까?

김영호<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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