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미국 대통령이 남기는 ‘손 편지’
퇴임하는 미국 대통령이 남기는 ‘손 편지’
  • 승인 2021.01.19 2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환 부국장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하는 날 후임 대통령에게 백악관 집무실에 손 편지를 남기는 것이 그동안 관례였다. 4년 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백악관을 떠나는 날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손 편지를 남겼다.
오바마가 남긴 이 손 편지에는 후임 트럼프 대통령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담겨졌다. 이 편지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취임식에 앞서 손 편지를 소개하며 오바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당시 소속 당이 다른 대통령 선거전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쌓였던 서로간의 앙금을 푸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필자는 4년 전 이런 상황을 소개하는 '오바마의 손 편지'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벌써 4년여 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백악관을 떠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례가 됐다. 4년 중임제인 미국 대통령제에서 트럼프는 재임에 성공하지 못하고 떠나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선에 불복하는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 조 바이든에게 이런 손 편지를 남길까. 현재로서는 이런 관례가 깨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일(미국시각) 조 바이든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다. 이날 백악관을 떠나는 트럼프는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트 계정에 글을 올려 "물어봤던 모든 사람에게, 나는 1월 20일 취임식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가 바이든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은 경우에 미국 현직 대통령이 후임자 취임식 불참한 것은 152년만의 일이다. 에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암살된 뒤 대통령직을 승계한 제17대 존슨 대통령은 후임인 18대 율리시스 그랜트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였고, 1869년 그의 취임식에 끝내 참석하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미국 대통령들은 평화적인 정권 이양의 상징으로 후임자를 격려하는 손 편지를 남기고, 취임식에 참석해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는 화합의 장을 보여줬다. 이런 전통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4년 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필자는 이런 미국 대통령들의 편지 릴레이를 부러워하며 우리의 현실을 개탄했다. 당시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을 앞둔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 그동안 전·후임자간의 악연이 이어지고 있는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성숙된 민주주의가 하루빨리 정착돼 퇴임하는 대통령과 후임자가 서로에게 박수를 보내고 격려를 하는 모습이 정착되기를 바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이제 1년 남짓 밖에 남지 않았다. '촛불 정권'인 현 정부는 출범 후 국민통합과 소통, 그리고 포용을 기치로 각종 개혁정책을 내 놨다. 하지만 원전, 부동산, 검찰개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일방통행식 정책으로 혼란에 빠뜨리기 일쑤였다. 조국 전 장관 일가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한 현 정권의 태도는 국민들이 바랐던 우리사회의 불공정 해소와는 상반된 행보로 실망감을 안겨줬다. 이 과정에서 진보와 보수로 갈라진 국민들의 반목은 역대 정부보다 더 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여권발로 터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과 관련해서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거론하며 현재로서는 얘기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직 대통령의 사면은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하면서 공론화 된 후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자들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라는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슬그머니 꼬리를 자르려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공감대는 누구를 지칭하는지 의문스럽다. 현 정권 들어 더 극명하게 반쪽으로 갈라진 국민들의 통합보다는 지지층의 결집을 우선시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이런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을 볼 때 차기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는 싶지 않을 듯 싶어 안타깝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신년사에서 사실상 현 정부의 마지막 임기인 올해를 '포용의 해'로 선언한 만큼 전 국민을 아우르는 포용의 정치로 국민통합을 진정으로 이뤘으면 한다. 미국 대통령이 퇴임하는 날 백악관에 남긴 손 편지의 의미 처럼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평화적인 정권 이양의 상징으로 후임자를 격려하는 손 편지 한통쯤 남기고 전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떠나는 모습을 봤으면 한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