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인기 유감
[문화칼럼] 인기 유감
  • 승인 2021.01.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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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최근 국악이 인기라 한다. 기대(?) 이상의 대중의 열광에 주요 뉴스에서 하나의 현상으로까지 종종 다룬다. 인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광고시장의 중심에도 자리하고 있다. 국악의 대중화를 위한 젊은 국악인들의 노력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었다. 단순한 대중화라기보다는 국악의 재해석, 표현의 극대화라고 라고 볼 수도 있다. 역사의 흐름에 따라 부침을 하던 국악이 다시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게 된 것은 이런 젊은이들의 끼와 노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본다.

화룡점정이랄까 그것에 큰 불을 지핀 것은 방탄소년단의 '대취타'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태평소를 시작으로 "대취타 하랍신다. 예이~~~"라고 시작되는 이 뮤직비디오가 큰 화제를 몰고 왔었다. 외국인 팬들도 뭔지는 잘 모르지만 "대취타 대취타 자 울려라 대취타"라고 따라 부른다. BTS의 스타성에 한국의 문화를 버무려 독특한 컬러의 작품을 만들어 냈다. 사실 BTS의 이 뮤직비디오는 그 어디에도 대취타의 사운드와 당당하고 화려한 모습을 담고 있지는 않다. 단지 대취타라는 말 한마디에 외국의 팬 뿐 아니라 어쩌면 이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우리에게도 그 존재를 알릴 수 있게 된 것이 아니가 한다. 이처럼 우리의 국악적 소재가 주류의 세계와 접목하여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 하게 된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국악 아티스트의 대단한 음악성과는 별개로 그들의 퍼포먼스에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국악을 바탕으로 하는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관심을 받는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희화화의 결과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금에 인기몰이를 하는 국악 아티스트 모두가 그런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일부 B급 정서를 앞세운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 최근의 국악의 인기에 대하여 "국악 본래의 신명과 흥이 요즘 젊은이들의 답답한 현실에 해방감과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형성한 결과"라고 평하기도 한다. 또는 "고정관념과 형식을 벗어던진 국악콘서트는 관객에게 국악의 신선한 소통과 울림을 준다." 라고들 한다.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국악 고유의 품격을 잘 표현하기보다는 국적불명의 복장과 묘한 몸짓으로 승부를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여장 남자, 특이한 가발 그리고 지나치게 과장된 동작에 적응이 잘 안 된다.

반면 소리꾼 이자람과 같이 자신의 소리 바탕에 서양 고전을 버무려 새로운 판소리, 음악극을 만드는 천재들도 있다. 품격과 재미 감동을 두루 갖추었다. 미리 예매하지 않으면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십 여 년 전 나는 그의 작품 사천가를 감상하며 공연 내내 벅찬 감동에 흐르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다. 다만 매니아 층에서의 인기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확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현상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된 현상이다. 현실은 인정하고 받아들이지만 일부 B급 정서를 앞세운 팀들의 치솟는 대중적 인기는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원인이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일전에 차(茶)를 주제로 읊어 내려가는 시조 한 자락과 가야금 선율이 함께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정갈하고, 담담하지만 올곧은 우리의 서릿발 같은 서정을 담아내어 잔잔한 감동을 받았다. 다만 이와 같은 것만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 국악의 확장성을 생각할 때 최근 인기 있는 팀들의 음악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전통에 천착하는 국악인이 소중하고 아름답지만 퓨전 국악이라는 이름으로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것에도 우리는 박수를 보낸다. 국악을 베이스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는 이들을 대단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일부 팀들의 외모와 의상, 퍼포먼스에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들의 뛰어난 음악적 수준만큼이나 보여 지는 것의 품격에 대하여 더 깊은 고민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 한다. 비록 지금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미래를 생각할 때 어떠한 포지션을 지켜 나가야 할지에 대하여 더 큰 책임감과 한층 성숙한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현재 국악의 대중화, 인기몰이에 앞서 있는 몇몇 젊은 아티스트들이 우아함, 고상함의 대척점에 서 있어서는 곤란하지 않을까. 물론 이런 것이 항상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문화가 가지고 있는 기본 정서가 그러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에서 드는 기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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