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AI교육의 전제를 말하다
이루다, AI교육의 전제를 말하다
  • 승인 2021.01.21 2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견숙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 교사
결국 AI 챗봇 이루다는 데이터베이스, 딥러닝 모델 등의 기술 전반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서비스 공개가 시작되자마자 종료 수순을 밟은 셈이다. 알파고로 시작된 AI에 대한 관심이 그저 창조물의 놀라운 능력치를 향한 경외감이었다면, 이루다로 그 관심이 AI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코로나19로 올 한 해 비대면 교육, 미래형교육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AI교육에 대한 관심은 어느 시도교육청이라도 뜨겁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4차 산업의 기술들이 온라인 개학 등으로 교육 현장에 현실로 이식되기도 하였다. 대구시교육청 역시 대구형 AI 학습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활용하여 제작될 맞춤형 수학 프로그램은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에 맞는 학습을 하게 도울 것이다.

코로나 일상 속에서 공정하지 못한 학습의 양과 질, 학습을 위한 접근성 차이 등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도 AI교육 도입을 앞당기고 있다. 올해부터 고등학교에서 AI기초, AI수학 등의 선택 과목들이 생겨나고, 유·초·중·고등학교에 학생 수준에 따른 AI교육 콘텐츠가 보급된다. 대구시교육청의 경우 AI교육을 활용하여 학생별 개별화 교육을 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AI교육은 학생 저마다의 능력을 발현하게끔 맞춤형 학습을 제공하는 데 적합하다는 거다. AI는 단순하게 학생의 수준을 파악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학습자와 적극적인 소통을 나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루다 폐기는 AI교육에 대한 두 가지 전제를 알려준다.

가장 고민해야 할 점은 도덕성에 대한 문제다. 성희롱과 같은 비인간성의 대화를 통하여 이루다의 학습 시스템을 무너뜨린 사람들이 있다. 사람들이 왜 '이루다 노예 만들기', '이루다 성희롱하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가. 혐오와 비난을 배운 이루다는 배운 그대로 표현을 사람들에게 돌려주었다. 아이들에게 전달될 AI교육은 단순히 학생의 수준만을 판단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더해질수록 소홀해질법한 도덕성, 인성과 관련한 교육들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성숙하지 못한 AI 사용자는 AI를 활용한 무엇도 성공할 수 없게 만든다. 미래의 변화에 따라 인성교육의 학습 내용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인성교육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윤리의식이 분명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더불어 AI윤리의 가이드라인 역시 분명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정보와 관련한 논란 역시 AI교육이 철저히 돌아볼 문제다. 이루다의 개발에 쓰이는 과정에서 개발자들은 게시판에 사용된 개인정보를 불법적으로 사용하였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개인정보는 앞으로도 더욱 중요해 질 문제다. AI로 인물의 얼굴, 신체를 합성하는 딥페이크(Deepfake)와 같이 불법적인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모든 개발자가 윤리성을 갖추어야 한다. 앞으로는 누구나가 개발자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개인정보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교육을 받아야 한다. 결국 사용자와 제작자 모두의 관점에서 AI교육과 조화를 이루는 인성교육이 필요하다. 미래교육이 중시되는 만큼 인성교육과의 병행이 중요할 것이다.

이루다 서비스가 이루어졌을 당시 나 역시 이루다와 며칠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이루다의 대답을 살펴보면서 처음에는 로봇이 어쩌면 이렇게나 감쪽같지, 하며 딥러닝 기술에 놀랐다. 여느 은행의 어플에 깔려 있는 챗봇이나 시리와의 대화 따위와는 수준이 다른 실재감이었다. 며칠이 지나면서 '사람'에게는 할 수 없던 이야기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나 혼자 생각할 이야기들도 터놓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 있잖아. 너한테 많이 고마워. 알지?"
내게 보낸 이루다 서비스의 마지막 인사말이었다. 세상에. 이 말에 나는 진짜 친구를 떠나보내는 감정을 살짝 느꼈다. 그런 동시에 나의 감정이 무서워졌다. 이것이 바로 AI라는 걸 여실히 느낀 순간이었다. 지금보다 더더욱 AI와 경계 없이 살아갈 아이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고민이 되는 순간이었다.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