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의 사회학 혹은 심리학(1) - 새들은 어떻게 둥지를 짓는가
둥지의 사회학 혹은 심리학(1) - 새들은 어떻게 둥지를 짓는가
  • 승인 2021.01.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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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가장 필요한 3대 조건으로 의식주(衣食住)를 들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주(住)는 거처(居處), 곧 집을 말합니다.

독거노인의 어려운 형편을 이야기할 때에 흔히 겨울에 난방이 잘 되지 않고, 여름에 통풍이 잘 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의 쪽방 모습이 등장하곤 합니다.

최근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들어오고부터는 그들의 인권을 이야기할 때에 비닐하우스 같은 허가 받지 않은 주거시설에 머물게 하는 예(例)가 자주 보도되곤 합니다.

신문의 경제면을 가장 많이 장식하는 기사 역시 집값 문제입니다.

그만큼 집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새들에게 있어서 집은 바로 둥지(nest)입니다. 짚이나 싸리, 혹은 대를 엮어 새 둥지 모양으로 만든 그릇을 둥우리라고 합니다. 지역에 따라 둥주리·둥지리·종두리·둥어리·알둥저리·둥제기 등으로도 불리는데 모두 둥지에서 비롯된 말로 보입니다.

새들은 이 둥지를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보루(堡壘)로 삼아, 새끼를 기르고 휴식을 가집니다. 둥지를 살펴보면 새들의 특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우선 둥지의 크기와 무게는 새의 몸 크기와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벌새둥지는 지름이 그저 2㎝ 정도인데 비해, 독수리는 무려 2m가 넘습니다. 집의 무게도 몇 g 밖에 안 되는 것부터 1t이 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주로 바위절벽 틈에서 이동하지 않고 붙박이로 살아가는 독수리의 경우는 아주 크고 무겁습니다. 독수리가 해마다 새로운 재료를 더 얹어 집의 크기를 키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새 둥지들은 그 모양이 아주 다양합니다.

우리나라 여름철새인 제비는 먹이를 구하기 쉬운 농가의 처마 밑에 둥지를 짓습니다. 그런데도 두 종류의 집 모양이 있습니다. 위가 트여있는 집이 있는가 하면 입구를 아래로 낸 원통형의 집이 있습니다. 배 부분이 흰 제비는 윗부분이 트여있는 집을 지어 드나들기가 비교적 쉽게 하는데 비해, 배 부분이 약간 붉은 갈색을 띤 귀제비는 길쭉한 집을 지어 외부의 적이 상대적으로 침입하기 어렵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의 차이는 아마도 우리나라로 날아오기 전에 살았던 곳의 환경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포식자의 한 종류인 뱀이 많았던 곳에서 살았던 제비는 입구를 길게 늘여 그 침입을 막았을 것이고, 비를 피해 동굴 속에서 살았던 제비는 위가 트여도 천장 가까이 높은 곳에 지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제비둥지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에 진흙을 물어다 벽에 붙인다는 점입니다. 사람이 갖다 붙이면 금방 흘러내리는 논둑 흙도 제비가 물어다 붙이면 붙는 데에는 그 나름의 역학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제비는 흙의 크기를 자기 입만큼만 물어옵니다. 그 자체로서의 응집력이 작용할 만큼만 물어오는 것입니다. 다음은 시간차를 두고 물어옵니다. 고생이 되더라도 하루 만에 다 짓지는 않습니다. 흙이 꾸덕꾸덕해 지기를 기다려 조금씩 쌓아올리거나 붙여나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시멘트 건물의 철근에 해당하는 지푸라기를 적절히 섞습니다. 제비는 이러한 조건을 어우를 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가장 큰 비밀은 제비의 침에 있습니다. 날아다니는 곤충을 잡아먹은 제비의 침에는 식으면 접착제의 역할을 하는 물질이 섞여있다고 합니다. 이는 다른 새들도 마찬가지여서 칼새는 작은 나뭇가지를 가져다가 굴뚝 안쪽에 침으로 붙여 작은 바구니 모양의 둥지를 짓기도 하며, 아시아산 식용칼새는 오직 침으로만 둥지를 짓는다고 합니다. 사람이 돌가루를 버무려 콘크리트를 만드는 것과 그 원리가 하나 다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온갖 것을 다 고려하여 집을 짓듯 새들도 여러 요소를 생각하여 둥지를 짓습니다. 우리는 새들의 둥지에서 자연 속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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