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삶은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픽사 신작 애니메이션 ‘소울’…삶은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 배수경
  • 승인 2021.01.2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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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사고로 영혼이 된 ‘조’
지구 귀환 위한 특별한 모험담
‘탄생 전의 세계’ 기발한 설정
생사 대비 영상톤 재미 더해
‘소소한 일상·행복의 가치’ 시사
어른들을 위한 동화같은 작품
음악이 전부인 조 가드너

 

아무 생각없이 하늘을 바라본 것이 언제였던가. 얼굴을 스치는 바람결을 느껴본 적은 언제였던가. 20일 개봉한 픽사의 신작 애니메이션 영화 ‘소울’은 목표를 향해 바쁘게만 달려가던 우리에게 잠시 이런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중학교에서 밴드부를 지도하고 있는 조 가드너는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음악만을 생각하는, 음악이 전부인 사람이다.

연금과 보험이 보장되는 정규교사직 제안을 받게 된 날, 그가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의 협연 기회도 함께 찾아온다.

안정적인 삶과 스스로가 원하던 삶 사이에서 그는 후자를 선택한 듯 보인다. 그러나 기쁨에 차 뉴욕의 거리를 활보하던 그는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 상태로 변해버린다. 꿈꾸던 삶을 목전에 두고 있는데 ‘사후 세계(The Great Beyond)’로 가는 레일 위에 서있다니.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그가 닿은 곳은 ‘탄생 전의 세계(The Great Before)’

파스텔 톤의 풍경이 인상적인 탄생 전의 세계

 

그곳에는 마치 피카소의 그림 속에서 나온 듯한 ‘제리’가 탄생 전의 영혼들에게 성격과 인격을 만들어준다. 영혼들이 멘토들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 단계인 ‘불꽃’을 발견하게 되면 지구로 가는 통행권이 발급된다. ‘불꽃’은 자신의 관심사, 하고 싶은 것, 가슴뛰게 하는 무엇을 의미한다.

무슨 일인지 영혼 ‘22’는 간디, 링컨, 테레사 수녀 등 위대한 인물들의 멘토링에도 불구하고 지구로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지구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조와 절대로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태어나고 싶지 않은) 영혼 ‘22’가 펼치는 좌충우돌 해프닝은 꽤나 흥미롭다.

영혼 ‘22’는 조와 함께 한 잠깐 동안의 지구 나들이에서 길거리에서 파는 피자 조각, 지하철 환풍구에서 나오는 바람, 바람에 날려온 단풍나무 씨앗 같은 소소한 것들이 어쩌면 자신의 ‘불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조에게는 그런 사소한 것들은 ‘목적이 아니고 그냥 사는 것’일 뿐이다.

우여곡절 끝에 원하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조. 꿈을 이룬 다음은? 의문을 품는 그에게 밴드의 리더이자 색소포니스트인 도로테아 윌리엄스는 “매일 저녁 공연시간에 맞춰 하프노트에 와서 피아노를 치면 된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그녀가 전해주는 물고기 우화는 거창한 뭔가를 찾아 헤매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린 물고기가 나이든 물고기에게 다가가 말했어.
“저는 지금 ‘바다’라고 불리는 그 멋진 곳을 찾고 있어요.”
“바다? 지금 네가 있는 곳이 바다란다.”
“여기요? 여긴 ‘물’이예요. 제가 원하는 것은 ‘바다’라구요!”

마치 틸틸과 미틸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를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자기집 새장에서 발견하듯이 행복 또한 우리 가까이에 있는 소소한 일상 속에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의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에 조는 “하나는 확실해요. 매 순간을 즐길거라는 거”라는 말을 남긴다.

예측가능한 결말이고 중간에 살짝 지루한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감동적이다. 영화는 어린이보다는 어른에게 더욱 큰 울림을 전해줄 듯하다.

파스텔톤으로 아름답게 그려진 태어나기 전 세상, 흑백의 사후 세계, 화려하고 생동감 넘치는 현실세계의 대비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영화 ‘소울’은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목적이 없더라도 하루하루의 소소한 일상 자체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당연하게 여겨왔던 일상의 소중함을 어느때보다 크게 느끼고 있는 요즈음의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는 선물같은 영화다.

‘소울’의 한국어 더빙판에 삽입된 OST ‘쉼표’(이적) 역시 영화의 메시지를 잘 담고 있다.

“바람은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잎새가 떨어지는 걸/ 눈여겨 본 적은 언제였죠”

배수경기자 micbae@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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