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보려 했는데…” 가슴치는 화훼업계
“버텨보려 했는데…” 가슴치는 화훼업계
  • 한지연
  • 승인 2021.01.2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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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열리는 곳 거의 없고
승진·전보 축하 주문도 격감
2년 연속 ‘연초특수’ 사라져
한산한꽃시장2
꽃은 저리도 예쁜데… 본격적인 졸업 시즌이 한창이지만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졸업식 등으로 꽃 수요가 감소한 가운데 21일 대구 북구 대구꽃백화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영호기자 riki17@idaegu.co.kr
“졸업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꽃 주문이 들어와야 말이죠. 업종 전환하려는 사람들, 한둘이 아니라니까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화훼업계 연초 특수가 2년째 실종됐다. 졸업식은 학부모 참석을 금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거나 식 자체가 열리지 않는 데다 승진·전보가 많은 기관 또는 회사에서의 주문도 크게 줄어들었다.

21일 오전 대구 북구 꽃 백화점은 형형색색 꽃망울을 틔운 꽃들이 무색하도록 휑뎅그렁한 모양새였다. 지난해 2월부터 급감한 거래량이 회복되지 못하다 보니 들여오는 물품의 양이 줄기도 했거니와 손님 발길도 드문드문하다.

평년 1월이면 꽃다발이나 화환 등이 업장마다 쌓여있을 정도였지만 올해는 아니다. 벽면에 붙어 있는 학교별 졸업식 일정 안내문에는 ‘코로나로 인해서 졸업 일정 변동·취소가 많으니 현장에 나가시기 전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꽃백화점 내 상인 채손식(여·69)씨는 “40년간 꽃을 만지면서 살아왔다. ‘1년만 버텨보자’라고 했는데 해가 바뀌도록 상황이 나아지질 않고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며 “올해 졸업식 열리는 곳 찾기가 힘들고, 있더라도 판매가 어렵다. 회사에서도 승진 축하 꽃 주문이 거의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비교적 시들한 꽃송이를 가리키던 채 씨는 “팔리지 않아 내다 버리게 생긴 꽃들이 많다. 미리 만들어 놓은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도 없다”고 했다.

대구 동구 불로화훼단지도 썰렁하긴 매한가지다. 지난해 1월 대비 올해 동기간 매출이 절반가량은 뚝 떨어졌다는 것이 단지 측의 설명이다.

성영락 대구불로화훼단지 회장은 “코로나로 모든 업종이 그러하겠지만 화훼업계는 특히나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며 “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화훼업계를 살리기 위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소비증진에 나서주고 있지만, 매출 수준이 평년과 비교해 여전히 현격히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화훼농가에서도 폐업, 업종전환을 고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구의 한 화훼농장 대표는 “코로나로 더 이상 화훼 쪽에는 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폐업을 하려 한다”며 “지난 1년 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답답한 가슴만 치며 지내왔지만 더는 버텨낼 재간이 없다. 올해 안에 농장 정리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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