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의 선전<善戰>과 우려<憂慮>
동학개미의 선전<善戰>과 우려<憂慮>
  • 승인 2021.01.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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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관광계열 계열장·경영학 박사
2020년 초 동학 개미라는 신종 용어가 주식시장에 등장하였으며 이제는 대중에게도 친숙한 용어로 주식시장의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고 있다.

동학개미 운동은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에서 주식을 팔며 급락세가 이어지자 이에 맞서 개인 투자자들(개미)이 대규모 매수세를 이어간 상황을 1894년에 일어난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표현한 신조어라고 지식 백과사전은 소개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대기업 및 일부 업종을 제외한 전반적 실물경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는 파죽지세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 10년간 이어진 박스권(2000~2600)을 탈출하여 2021년 새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3천을 돌파하였으며 마침내 지난 1월11일에는 장중 한때 3천260선을 돌파하기도 하는 등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단연코 지난 1년 주식시장의 반등의 이끌어온 동학개미로 불리운 개인 투자자가 있었으며 이들은 국내 증권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2020년 코스피시장은 외국인과 기관이 50조 이상을 팔아치우는 동안 개인은 홀로 47조5천510억원의 주식을 매수하며 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를 기록하였다.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주식시장은 개인이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주가의 상승 국면에서 주식에 투자하지 않으면 자신만 낙오된다는 심리적 효과 즉, 포모 증후군(Fearing Of Missing Out·FOMO)까지 겹쳐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인 투자자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는 주택가격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에서 소외되고 불황으로 인해 고용의 불안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결과이다. 중산층에서도 화폐가치의 하락, 저금리 정책에 따른 예금이자의 하락으로 그나마 대안이 주식밖에 없다는 인식으로 주식 투자 열기에 동참하고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현재까지의 증시 상황은 동학개미들이 코로나19 이후 주식시장에서 한판승을 거두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도 이같은 분석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최근의 주식 투자 경향을 살펴보면 개인투자자 60%가 대형우량주 위주로 투자하는 등 투자 형태가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르며 유튜브나 주식 전문 교재로 학습하며 장기 투자를 목표로 한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저금리 및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 되면서 풍부한 유동성 장세에서 우량주 중심의 주가 상승이 지속되리라는 견해도 우세하다. 하지만 국내증시의 과열 조짐은 대출을 내어 투자하는 빚투(레버리지 투자) 현상과 생업을 접고 주식을 대안으로 삼는 투자자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신용 융자 잔고는 1월18일 21조3천46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였으며 이는 1년 전 9조원대의 두 배를 훨씬 넘는 금액으로 이미 과열 조짐은 심화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는 폭락장에서 레버리지 투자로 인한 개인들의 주식 투매가 발생할 경우 개인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막대한 손실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과 연쇄적인 악순환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벌써 국내외 전문가들 사이에는 버블 증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018년 비트코인 폭락을 예견한 헤지펀드 매니저 피터 부크바는 CNBC에서 “닷컴 버블 당시 시장을 뒤덮었던 과도한 낙관과 비슷한 지경으로 시장의 심리가 들떠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내었으며 세계적 투자자인 짐 로저스 회장은 한국 등 모든 곳에서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투자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며 모든 곳에 부채가 너무 많으며 유동성의 질서 있는 회수는 본 적이 없다며 주식시장의 버블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경제부총리, 한국은행 총재가 증시 과속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주식시장과 실물 경기의 괴리가 갈수록 커진 상태에서 경기 회복이 어려워지면 결국 주가도 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전문가의 견해는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1894년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을 돌이켜 보자. 역사는 지배층의 수탈과 외세에 항거하여 민초들이 봉기한 애국 운동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의의와 위대성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의 현실은 비참하고 냉혹하다. 동학농민군은 변변한 무기도 없이 죽창과 농기구로 무장하고 봉기하였으나 외세를 끌어들인 부패한 집권층과 청나라, 일본군대의 강력한 무력 앞에서는 애초부터 대항할 힘도 준비도 없었다. 오죽하면 부적 태운 물을 마시고 주문을 외우면 총알도 피해간다는 미신적 선동에 의존하며 우금치 전투에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가슴 아픈 실상이 냉엄한 현실이다.

구국과 희생의 동학농민혁명을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 운동이라는 용어로의 차용을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세를 막아내고 주식시장을 안정시킨 점에서는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어차피 주식은 개인의 선택으로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누군가는 손해를 보게 되는 제로섬 성격을 갖고 있다. 또한 탈법적 투기를 제외하면 투자와 투기의 경계점 역시 모호하다. 하지만 학생도, 직장인도, 어르신들도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경험 없는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 신조어로 초보 주식투자자를 의미)들의 주식시장 합류를 보는 시선은 불안할 수밖에 없으며 묻지마식 투자와 과도한 대출을 이용한 레버리지 투자는 자제되어야 한다. 거대한 자본시장에서 기관과 외국인을 상대로 국지적 전투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종국에는 한번의 패배로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시장은 추가 상승의 기대와 거품 붕괴의 우려로 연일 치열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그럴수록 이를 지켜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모쪼록 2021년 주식시장에서는 동학개미들이 130년 전 실패한 미완의 혁명을 반면교사로 삼아 진정한 승리자로 기록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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