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문인화·한국화…전통미술집단의 가능성 엿보다
서예·문인화·한국화…전통미술집단의 가능성 엿보다
  • 황인옥
  • 승인 2021.01.2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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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문화회관 ‘또 다른 가능성’展
리홍재, 타북 행위로 필묵 선사
박세호, 이미지 중심의 붓글씨
정성근, 철학성 돋보이는 그림
최현실, 점선으로 회화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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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호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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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근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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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실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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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홍재 작.

지역을 근거로 활동하며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실험하는 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대구봉산문화회관 지역특화 전시 프로그램인 ‘또 다른 가능성’전이 1~3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된 기획전의 올해 제목은 ‘2021 또 다른 가능성-시대를 넘어’다. 자생적으로 결성해 예술의 실천을 탐구해온 두 개의 미술가 집단을 초청하여 미술의 또 다른 변화 가능성을 조명해 온 이전 전시들과 달리 올해부터는 각 장르별로 대상을 바라보는 직관적인 힘을 변화의 동력으로 발산하는 미술가들을 초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획전은 서예, 문인화, 한국화 장르 등 전통미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참여작가는 리홍재, 박세호, 정성근, 최현실 등 4인이다. 서예부분에 필묵운동의 실험적 방향을 추구하고 서예를 퍼포먼스 예술로 확장 시킨 작가 율산 리홍재는 이번 전시에 28m의 한지에 역동적인 타북 퍼포먼스를 온몸으로 시연한 작품을 벽면 전체에 설치해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작가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이라도 대중과 소통하지 못하고, 감동을 주지 못하면 죽은 예술이다. 살아 숨 쉬는 서예술의 진면목을 일깨워 현장에서 직접 쓰는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공연예술로 자리했으면 한다”라며 전통의 형식미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조화로운 조형성을 찾아내는 작가만의 씀 예술을 펼쳐 보였다.

서예작가 초람 박세호는 뜻을 전달하는 일반적인 서체적 나열의 장법(章法)이 아니라 이미지적인 필묵의 본질적인 격렬함을 보여주며 기술적 장인보다는 필획이 살아있는 붓글씨를 통해 조형적인 결구(結構)를 보여준다. 그는 “시대를 넘는다는 것은 과거·현재·미래의 서예 역사와 발자취를 정확하게 짚어나가는 것이며, 과거와 현재의 서예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지 않은 미래의 서예를 찾아 실험하는 것이 시대를 넘는 것”이라며 실험정신을 강조하며 문장 또는 서체적 표현 위주의 기록하는 서화가 아닌 메시지와 질문을 던지는 서화의 또 다른 역할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에서 대형 현대 서예작품과 설치미술을 선보이며 서예의 전통성과 실험성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이 아방가르드적인 시대정신과 함께 동시대 미술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인화에서는 본질인 기운생동(氣韻生動)이라는 화두에 몰입하며 변형적이고 표현적인 문인화로 발전시키고 있는 학산 정성근 작가를 초대했다. 전통과 현대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자신만의 표현을 찾기 위한 여정을 피상적인 흑백이 아닌 철학적인 표현의 필묵으로 구사하기 위해 노력하는 작가는 “그림은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큰 고목의 오랜 세월 피운 꽃은 다른 일반적인 꽃과는 아름다움의 크기가 다르다. 그 속에는 핏줄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큰 흐름과 호흡이 있을 것이며 그 깊이를 본인의 작품 속에서 찾아내는 것을 숙명처럼 생각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외연적 아름다움보다 정신적인 부분을 강조하며 일반적 문인화의 구도보다는 초대형 작품을 통해 형식를 파하고, 필묵의 미세한 흐름의 표현을 보여 주기 위해 작품 뒷면에 조명을 비추는 등 문인화가로서는 새로운 전개의 구도를 펼쳐보인다.

한국화에서는 한국적 정서를 기본으로 공간을 비움으로 확장성을 찾아가는 최현실이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명명한 ‘점선드로잉’을 통해 채움과 비움을 반복하며 새로운 여백과 선을 들어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평면과 설치작품을 보여주며 최소한의 회화를 통해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드러낸다. 작가는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로 인해 최소한으로 몸을 움직여야 했던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움직일수록 더디게 낫는다며 무조건 움직이지 말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회화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긴 두루마리 한지에 매일 사용하는 만년필을 꺼내 들고는 점을 찍고, 선을 그어 나간다. 말 없는 미술이 다시 시작된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이 하얀 종이에 글을 쓰듯 그은 점선은 무거운 생각들을 지워나가는 치유의 작업임을 설명한다.

황인옥기자 hio@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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