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란 본디 다른 사람의 기쁜 일을 축하하는 것이다(賀本賀人喜) - 신축새해아침에 (辛丑陬月旦)-
축하란 본디 다른 사람의 기쁜 일을 축하하는 것이다(賀本賀人喜) - 신축새해아침에 (辛丑陬月旦)-
  • 승인 2021.01.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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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규 대구예임회 회장 전 중리초교 교장
새해가 되면 누구든지 마음에 작정한다. 이 마음이 삼일만 가기 때문에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생겼다. 맹자는 '작어기심(作於其心)'이라 했다. '마음에 작정한다.'는 이 말이 작심(作心)이다. 흔히들 작심이 얼마 되지 않아 흐지부지되고 마는 마음의 흐트러짐을 작심삼일이라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이란 말이 있다. 고려 무신정권에서는 정변이 자주 일어나 권력은 쉽게 무너졌다. 그때마다 정책과 법령도 삼일이 못가 바뀌었다. 고려시대의 이러한 일들을 풍자하여 조선시대에 와서 고려공사삼일이란 말이 유행되어 자연스레 속담이 되었을 듯싶다.

세종대왕은 평안도 도절제사에게 봉수대 설치를 명령하면서 "처음에는 무슨 일이든 근면하다가 나중에는 태만해진다.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처럼 흐지부지되고 마는 일이 흔하다. 외적의 침입에 철저히 대비했는데도 침입을 막지 못했다면 이는 태만하여 모두 방어에 철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침입에 대비하여 만전을 기하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18년 기록이 그렇다. 작심삼일과 고려공사삼일은 의미가 비슷하다.

2021년 새해도 내일 모레면 한 달이다. 며칠 있으면 설날이 된다. 지금부터 780년 전(1241년) 설날에, 백운거사 이규보는 74세에 '신축추월단'(辛丑陬月旦)이라는 시를 썼다. '신축새해아침에'란 뜻이다.

'세월이 돌고 돌아 다시 시작되는 건/천지가 생긴 이래 항상 그랬는데/언제나 있는 일을 뭘 그리 축하하나/…/축하란 본디 다른 사람의 기쁜 일을 축하하는 것(賀本賀人喜)/죽고 사는 일도 알지 못하는데/자잘한 일이야 계산해서 뭘 해.'라고 읊었다.

이규보는 고려 무신정권에서 힘든 삶을 살았다. 무신정권을 따라 강화도 화산에 피난하여 10년을 살았다. 그곳에서 신축년 새해를 맞았다. 사람들은 당연히 설날을 축하하느라고 동네 어귀를 메웠다. 새해는 천지가 생긴 이래 항상 그랬는데, 이규보는 지난해가 끝난 게 서글프다고 했다. 지난날 고운 얼굴이 늙고 추한 모습으로 변한 것을 새해로 바뀌었다고 뭘 그리 기쁘겠느냐는 의미이다.

다만 즐거운 일은 바람과 날씨가 따뜻해지고, 공중에 공기가 좋아져서 초목이 꽃 마음을 머금고, 짹짹거리는 새들이 포근한 햇빛에 노니는 것이라 했다. 이규보는 신축년에 세상을 떠나는 삼일 전까지도 '눈병으로 시를 짓지 못하다.'라는 고백의 시를 남겼다. 시를 평생 사랑한 사람으로 살았다.

신축새해아침에는 '하본하인희(賀本賀人喜)'라 읊었다. '축하란 본디 다른 사람의 기쁜 일을 축하하는 것이다.'라고 말이다. 이것은 화목을 의미한다.

1월 20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아맨다 고먼은 '그 날이 오면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기를/끝이 없는 어둠속에서 빛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한 가지 확실한 것은/자비와 힘을 합치면/그것이 바로 바른 길/…/우리가 빛을 바라볼 용기가 있고/우리가 빛이 될 용기가 있다면/언제나 그곳엔 빛이 있습니다.'라고 축시를 낭독했다. 국민들의 화합을 호소했다.

노예의 후예로 태어나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깡마른 흑인 소녀, 22세의 아맨다 고먼은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면서 시를 낭독하였다. 그녀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한 미국의 역대 최연소 축시 낭독자가 되어 미국인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몽니를 부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나 원망의 내용은 전혀 없었다. 용기가 있으면 그곳엔 빛이 있음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는 전임 미국의 대통령들이 함께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자비와 힘을 합치면 그것이 바로 바른 길임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공자도 '훌륭한 사람은 다른 사람과 화목하게는 지내지만 이익을 얻기 위해 주관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소인은 이익을 얻기 위하여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휩쓸리며 빌붙는다. 다른 사람과는 화합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소인은 작심이 흔들리기 때문이리라.

작심삼일이 된 사람들은 설날에 가족들과 화목해야 한다. 마음을 다시 가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른 사람의 입학, 생일, 졸업, 취업, 승진, 당선 등 기쁜 일을 축하하는 일은 화합의 기본이다. 본디 축하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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