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고죄와 성폭행 사건
친고죄와 성폭행 사건
  • 승인 2021.01.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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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진 대구 형사·부동산 전문 변호사
범죄가 성립하여도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으면 검사는 기소할 수 없고, 판사도 처벌할 수 없는 죄를 친고죄라고 하고 그 대표적인 것이 명예훼손죄이다. 이와 유사한 것으로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처벌할 수 없는 것을 반의사불벌죄라고 하고 친고죄와 달리 고소가 없어도 수사를 하고 재판을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면 더 이상 수사 및 재판을 할 수 없게 되고 주로 중대하지 않는 범죄에 대하여 그 처벌을 당사의 의사에 맡기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죄를 그 대상으로 하고, 그 대표적인 것이 일반 폭행죄다.

가해자의 처벌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좌우하게 될 경우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가해자가 재주껏 피해자와 합의하여 처벌을 받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친고죄 내지 반의사불벌죄는 형법 상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된다.

과거에 강간, 강제추행 등 성폭행 범죄는 피해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사건이 알려지는 것이 오히려 피해자의 명예를 해치고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고죄로 되어 있다가 2012. 12. 18.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었다.

성폭행 친고죄 조항이 폐지되기 전에는 일반 성폭행은 친고죄로 하고 성폭행과정에서 상해가 발생하게 되는 강간치상 등의 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가 없어도 수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성폭행 친고죄가 폐지된 주된 이유는 ① 강간 범죄자라는 흉악범이 피해자와 합의하였다는 이유로 전혀 형사처벌을 받지 않게 된다는 문제점, ② 고액의 합의금을 제공하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전무죄의 전형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③ 가해자가 고소 취하를 종용하거나 피해자를 협박하는 등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점 때문이었다. 친고죄 폐지로 인하여 피해자의 뜻과는 무관하게 사건이 알려지는 것 및 그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의 명예를 해칠 수 있는 것,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가 불가능한 점에서 친고죄의 순기능이 사장된 것은 어쩔 수 없게 되었다.

이번 정의당 사건에서도 피해자는 '우리 사회에서 성폭행 근절'이라는 차원에서 당당하게 성폭행 사실을 밝혔지만 한편으로는 형사절차에 의하지 않고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를 원하였다. 하지만 제3자에 해당하는 활빈당이 피해자와의 어떤 의사소통 없는 일방적인 고발을 함으로써 정치쟁점으로 폭발되어 '빠른 일상으로 복귀'는 물 건너 간듯하다. 활빈당 이라는 단체의 고발 목적이 '사회에 만연한 성폭행 근절'이라는 공익적인 목적보다는 '진보세력 물 먹이기'라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악랄한 저의의 발현이라는 점에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여기서 법률적 관점에서 냉정하게 따져보자. 여성단체 내지 진보 단체는 '흉악범 처벌을 피해자 의사에 맡겨 놓을 수 없다'는 취지를 완전히 무시하고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친고죄가 폐지되었다'는 아전인수격 주장만 하고 있어 이들 역시 순수하지 못하다.

정의당 대표의 성폭행 사건을 오로지 피해자의 '빠른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관점에서 피해자 의사에 따라 처벌하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이 타당한가? 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선택적 처벌, 선택적 수사권 발동, 평등하지 않은 법집행'에 해당하므로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허용될 수 없다. 죄를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법에 따라 처벌되어야 하는데 '가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형사처벌을 하지 마라'는 것으로 잘못 오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각설하고 이제 제3자가 형사고발 하였으니 경찰은 반드시 수사를 하여야 할 것이고 이를 방치한다면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므로 수사 운영의 묘를 발휘하여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여 최대한 늦게 수사를 진행하되 반드시 정의당 대표가 처벌될 수 있도록 수사하여야 한다.

피해자와 교감 없는 활빈당의 형사고발 과정에서 어느 변호사가 이런 조잡한 생각에 동조하여 이를 실천에 옮기도록 도와주었을 것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나도 같이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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