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태 경영칼럼] 기업가의 사명, 기업하기 좋은 나라
[배종태 경영칼럼] 기업가의 사명, 기업하기 좋은 나라
  • 승인 2021.01.2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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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전 중소기업학회장
직업 명칭 다음에 ‘정신’이라는 말이 붙어 있는 대표적인 단어를 떠올리면, 기업가정신, 군인정신, 기자정신, 장인정신이 있다. ‘정신’이라는 말은 일상적인 활동을 설명하기보다는 ‘사명’이나 ‘가치’와 연결되어 사용된다. 물론 사회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모든 직업은 가치가 있고, 그 직업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신이나 혼이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만 기업가정신, 군인정신, 기자정신, 장인정신이 특히 널리 사용되는 데에는 기업가, 군인, 기자, 장인은 특별한 사명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기업가와 사업가, 기업과 기업가의 사명

기업가(entrepreneur)의 사명은 위험을 무릅쓰고 문제를 찾아 해결하고, 사업을 일으키고 성장시켜서, 사람들이 먹고 사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다. 군인은 목숨을 걸고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 사명이고, 기자는 유혹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사회적 책임이자 사명이다.

장인은 혼과 정성을 다해 맡은 일을 치밀하고 철저하게 최고 수준으로 해내고, 그 일 자체에서 보람을 찾는다. 팔만대장경과 조선백자는 장인정신(craftsmanship)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처럼 ‘정신’이란 말이 붙는 이러한 직업들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하니라 ‘꼭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명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업가는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사명과 정신’에서 출발한다. 반면 사업가(businessman)는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서 이익을 창출하고자 하는데 목표를 두고, ‘제품과 계획’에서 출발한다. 기업가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여 없던 시장과 인프라를 만드는 사람이고, 사업가는 기존의 시장과 인프라를 활용하여, 이익 창출을 위해 사업을 수행한다. 사업가의 역할도 소중하지만,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데 기업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최근 기업의 사명이 이익 창출을 넘어 이해관계자와 시장·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해관계자의 행복과 성공을 돕는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외부투자자들의 기업에 대한 투자관련 의사결정에서도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이른바 ESG를 중시하고 있다.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었는데, 이는 이러한 비재무적 요소들도 기업의 수익성 등 재무적 요소들 못지않게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의 사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은 비교적 최근에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지만, 진정한 기업가의 사명은 혁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가는 이 일을 내가 해야 한다고 믿는 진정성과 간절함, 그리고 사명감을 바탕으로 일한다.

그래서 기업가는 사회에게 가장 존경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다. 최근 기업가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매우 좋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기업가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데 많은 장애물이 있고, 사회 일각의 반기업 정서도 여전하다. 규제문제 등 우리 사회가 문제는 잘 파악하고 있지만, 그 해결책을 찾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정은 여전히 느리고 요원한 경우도 많다. 이는 기업가의 역할과 기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안타깝게도 제대로 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미래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은행의 2019년 ‘기업환경평가’에서 2014년부터 6년째 조사대상 190개국 중에서 톱 5를 유지하고 있다. 뉴질랜드, 싱가포르, 홍콩, 덴마크에 이은 높은 평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가 이러한 외형적 지표 중심의 평가 점수는 높으나, 기업가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체감하는 사업환경 및 여건에 대한 평가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하는데 있어서 기업가들이 감당해야 할 위험요인이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많은 기업가들이 토로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산업 안전이나 재해 방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이러한 활동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강화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입법 과정을 보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실효성이 있고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정책 개발과 투자 노력, 그리고 인센티브 시스템의 설계에 더 집중하기 보다는, 상황을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는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기업가들이 느끼는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기업가들에게는 우리 사회가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고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가능하게 많이 부여하고, 사업활동에 대한 제약을 줄여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등 기업의 부정적 환경 영향 최소화 및 사회적 책임 강화 노력은 더 강화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기업가들이 사업하는데 있어서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크고 제약이 많다고 느낀다면, 기업가들의 의욕과 창의적인 활동도 저하될 것이고 이는 결국 경제적·사회적 손실로 귀결될 것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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