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소비자는 어떻게 변하는가
[박명호 경영칼럼] 소비자는 어떻게 변하는가
  • 승인 2021.01.3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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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90년대의 신세대 X가 밀레니얼 세대인 Y를 만나 최초의 디지털 인류인 나, Z가 태어났다. 너무나 다른 우리에게 어느 날 연결의 기술이 생겼다. XYZ세대가 타고 있다. 세대 연결 기술 카니발”

기아자동차 ‘4세대 카니발’의 프리런칭 TV광고 카피다. 자동차의 성능이나 디자인, 쾌적함 등을 내세우지 않고, 오직 목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만 초점을 맞추었다. 광고는 음악, 게임, 레저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XYZ세대가 ‘새로워진 카니발’에서는 ‘세대 연결’된다는 메시지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2019년에 선보인 ‘2020 성공에 관하여’란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프리런칭 광고는 성공에 관한 시대적 개념을 강조하였다. 이후 다섯 편의 TV광고에서는 2020년 시점의 성공을 이야기 한다. ‘그랜저=성공’이라는 상징성에 레트로(복고적) 감성을 덧입힌 혁신적인 뉴트로(new+retro) 광고다. 자동차를 말하기보다 자동차를 통해 투영된 소비자의 욕망을 말하는 이 광고는 복고 마케팅의 정석으로 평가된다.

두 광고에서는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이 인식하는 삶과 존재의 의미를 보여 준다. 특정 세대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와 방식을 다양한 이야기 구조로 표현한 것이다. 세대란 같은 시대에 살면서 공통의 의식을 갖는 비슷한 연령층의 사람 전체며, 같은 세대는 문화적 사건과 경험을 공유한다. 그래서 마케팅에서 소비자를 세대로 구분하여 그들의 삶을 살피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다. 라이프스타일의 유사성과 그들의 소비패턴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마케팅 성공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2018년 퓨리서치센터는 사일런트 세대(∼1945년생),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 X세대(1965∼1980년생), 밀레니얼 세대(M세대 또는 Y세대, 1981∼1996년생), Z세대(1997년생∼)로 세대를 구분했다. 세대의 간격도 종전 20∼30년 단위의 연령 계층에서 디지털 시대에서는 15년 단위로 줄여서 XYZ세대로 정의하였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식 세대가 밀레니얼 세대, X세대의 자식 세대가 Z세대인 셈이다. 2019년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MZ세대는 약 1700만 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은 2018년 현재 MZ세대가 약 1억 34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에서 서울대 박기완 교수는 MZ세대를 “최근 10여 년 동안 정치·경제·사회·기술 분야에서 일어난 모든 급진적인 변화를 최전방에서 온몸으로 맞으며 성장해온 세대”라고 규정한다. MZ세대는 집단보다는 ‘나’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인다.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시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하여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들은 브랜드 신뢰성과 윤리성,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 온라인에 익숙한 이들이 소비하고 경험을 찾는 곳은 온택트(Ontact), 뉴트로(Newtro) 그리고 유튜브 알고리즘(YouTube algorithm)이다.

MZ세대는 막강한 구매력으로 소비의 중추를 이루고 동시에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이 박힌 편견과 고정관념도 바꾼다. 이들이 반응하고 떠들기 시작하는 것들은 결국 1년 이내 연령과 세대를 초월해 대부분의 사람이 궁금해 하고 즐기는 것들로 확산된다. 지난해를 뜨겁게 달군 ‘깡팸’이 대표적인 예다. MZ세대 사이에서 유튜브에 업로드된 가수 비의 ‘깡’ 뮤직비디오를 매일 시청하며, 영상에 달린 댓글을 즐기며 노는 팬덤 현상이 나타났다. 그 결과 농심 ‘깡 시리즈’ 제품의 매출은 사상 최초로 100억 원을 넘겼다고 한다.

시장의 축이 올드파워(old power) 세대에서 뉴파워(new power) 세대인 MZ세대로 급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도 향후 소비를 주도하는 MZ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신세계그룹이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통업이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에 따른 결정이다. 주말마다 야구장을 찾는 관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MZ세대를 미래의 충성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변화하는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불변의 마케팅 원칙은 고객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오늘날 가장 영향력 있는 마케팅 구루인 세스 고딘이 『마케팅이다』에서 주장한대로 마케터는 언제나 두 가지 핵심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와 ‘무엇을 위한 것인가?’다. 우리의 진정한 고객은 누구이며, 그들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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