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리셋의 시대
취향 리셋의 시대
  • 승인 2021.02.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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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한국애드 대표
유튜브, 넷플릭스, 웹툰 플랫폼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에서 많이 쓰고 있는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들에게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서 골라주는 똑똑한 서비스'다. 사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소비했는지, 어디에 반응했는지, 좋아하는 주제는 무엇인지 파악해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한다. 이용자들은 해당 플랫폼 안에서 더 많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도록 잡아두기 위한 서비스임을 알면서도 이러한 서비스에 빠져든다. 바로 '내 취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 플랫폼들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가 사용자의 이념이나 가치관과 반대되는 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를 차단할 수 있어, 사용자들은 알고리즘이 필터링해 준 편향된 정보가 전부인 양 생각할 수도 있다. 일명 '필터버블(filter bubble)'이다. 필터버블은 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 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으로, 일라이파리저(Eli Pariser)가 쓴 책 「생각 조종자들(The Filter Bubble)」에서 제기된 개념이다.

「생각 조종자들」에서 일라이라리저는 필터버블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뉴스, 보고 싶은 뉴스만 보다 보면 어느새 그러한 콘텐츠가 계속 추천된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기가 점점 어려워짐에 따라 고정 관념과 편견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고 인식이 왜곡될 수 있다. 가짜뉴스가 양산되기도 한다. 이용자의 확증 편향에 기대어 더 자극적인 정보로 가짜뉴스가 생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여론을 잘못 이해하게 될 뿐만 아니라 전혀 잘못된 소식이 확산되는 상황도 생긴다.

누구나 스마트폰을 쓰는 시대, 스마트폰 안에 남아있는 나의 온전한 기록이 데이터가 되어 나의 취향으로 되돌아온다. 추천 콘텐츠로 눈이 가는 것은 방대한 콘텐츠 안에서 효율적으로 내 취향의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취향이라는 것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늘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것이 편하긴 하지만 새로운 자극에 대한 변화 욕구도 여전히 있기 때문으로 보여주는 콘텐츠가 아닌 새로운 분야로 확장하려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나에게 보여지는 다양한 추천 콘텐츠(광고 포함)들을 벗어나 보다 다양한 정보를 만날 수 있는 통로를 열어두는 방법은 검색알고리즘을 활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추천 콘텐츠 역시 검색 알고리즘에 기반하고 있으니, 나 역시 이러한 검색 알고리즘에 새로운 영역의 검색을 더함으로써 취향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콘텐츠 플랫폼의 경우 로그아웃 상태에서 둘러보는 것도 방법이다. 나의 취향으로 세팅된 상황을 차단해 여러 분야의 콘텐츠를 만나는 것이다.

실시간 트렌드(실트)를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한물간 SNS 서비스인 '트위터'가 요즘 다시 부상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실시간 트렌드 때문이다. 대부분의 SNS 서비스가 개인의 기록을 바탕으로 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적용하는 데 반해 트위터는 실시간으로 가장 많이 트윗 되는 키워드를 보여준다. 개인의 가치관에 편향되어 세상을 보게 되는 필터버블과 달리 세상이 돌아가는 이슈를 빨리 파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실트의 절반이 이용자들의 총공(총공격) 결과라는 점은 알고리즘 이용의 또 다른 사례이다. 트위터의 주 핵심 이용자층은 트위터의 실트를 이슈 파악의 차트가 아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올리는 광고판으로 이용한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음반 발매 소식뿐만 아니라 사회 부조리 등 알리고 싶은 이슈에 대한 총공으로 해당 소식을 실트에 올림으로써 자신들의 생각을 전한다. 추천 콘텐츠가 알고리즘에 대한 수동적인 이용이라면 실트는 알고리즘에 대한 적극적인 이용이라 할 수 있다.

추천 콘텐츠로 취향을 존중받는 것 같았던 서비스도 어느새 새로운 자극을 찾는 소비자로 인해 더욱 정교해질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소비자의 선호에 딱 맞춘 콘텐츠보다 소비자의 성향에 아무런 지식이 없는 크리에이터의 추천에 더 호응하는 소비자의 태도는 데이터 분석의 한계를 시사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알고리즘이 판단할 수 없는 사람 대 사람의 영역이 있다는 말로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나의 지난 행동이 고스란히 데이터가 되어 앞으로의 행동을 제안해 주는 것은 어쩌면 보다 편리하게 살아가는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삶은 언제나 스스로 열어가는 것이다. 일상의 주도권을 데이터에게 넘겨주기 보다는 데이터를 통해 더 큰 세상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내 속엔 수많은 내가 있고 어쨌든 데이터는 데이터일 뿐이니까. 지금 당장 취향 리셋을 시도해 보자. 새로운 내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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