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은 만 9세 남자어린이가 ‘거북선’을 주제로 제작한 8절 흑백 고무판화입니다.
이 판화는 조판 계획 및 조각칼 사용을 비교적 단순하게 했지만 주제가 매우 뚜렷하게 잘 드러난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거북선을 비롯한 배들과 항만은 파내지 않고, 배경인 바다만 파냈는데 파낼 때 세모칼과 둥근 칼, 딱 두 가지만 사용했어요.
그러나 바다의 물결을 세모칼로 치밀하게 느낌을 살려 파내고 둥근칼을 둥근 무늬로 떠내기 등 조각칼의 특성을 최대한 잘 살려 파내었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성실하고 개성 넘치는 주제표현으로 완성도가 높은 멋진 작품이 되었답니다.
[그림 2]는 만 9세 어린이가 제작한 16절 크기의 흑백 고무판화인데 판화로서는 보기 드문 상상화입니다.
주제는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인데 동굴 안에 있는 우물에서 귀신이 나오고 이 동굴에는 뱀과 거미줄, 해골 등이 보입니다.
주인공 어린이와 친구들이 동굴 탐험을 하던 중 일어난 일을 상상으로 나타낸 작품인 듯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복잡한 사람과 물체 등이 등장한 많은 이야깃거리를 16절 고무판에 조판계획을 면밀히 하여 눈에 잘 띄도록 실수 없이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 어린이는 매우 침착하고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일 것 같습니다.
흥미롭고 아름다운 작품이에요.
(출전: 이명주 저 ‘너, 그림 잘 그리고 싶니?’)
화가, 전 대구초등미협회장·대구달성초등교장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