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다시 천막당사를 쳐라
국민의힘 다시 천막당사를 쳐라
  • 승인 2021.02.0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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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해남
객원논설위원·시인
지금 ‘국민의힘’이 위기에 처했다. 군사용어를 빌리면 데프콘(군사적 사태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5단계 방어준비태세)2’, 즉 준전시상태다. 국회의석이 2/5를 넘지 못해 민주당의 의회독재에 속수무책이었다. 민주당은 경제회복과 국민의 기본권이 달린 공수처법, 5·18특별법, 대북전단살포금지법, 기업 죄기 3법을 여당 단독으로 토론도 없이 날치기 처리해버렸다. 게다가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도 여당에 밀린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뭘 ‘비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국민체감이 없다. 게다가 김종인비대위원장의 리더십에 회의를 느끼는 국민이 많다. 너무 오래 끌었다. 기껏 했다는 게 5.18묘역을 찾아 무릎 꿇고 사죄한 것,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에 대한 사과 정도다. 그도 당사자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사죄했다면 사면도 함께 구했어야 했다. 이렇듯 진정성이 없는데 민심이 따라올 리 만무하다.

이쯤 되면 ‘비대위’를 해체하고, 당을 정상궤도로 올려야 맞다. 새로운 당대표의 리더십이 절체절명으로 필요할 때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산뜻한 당대표를 뽑아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하는 것이 우선이다. 한강둔치에 다시 ‘천막당사’를 치고, 새벽 일찍 한강변을 뛰어 보라. 일그러진 민심의 공기부터 마셔야 한다. 민초들의 절박함을 읽어야 한다. 일자리가 없어 헤매는 청년들, 끼니를 걱정하는 가장의 아픔을,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한숨을 들을 수 있을 때 민심은 기적같이 다가온다. 보일러 빵빵하게 틀어놓고, 적당히 말 몇 마디, 의정보고서 몇 장으로 어찌 이 난국을 돌파할 수 있겠는가?

새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천막당사’가 떠오른다. 4.15총선을 불과 22일을 남겨둔 2004년 3월 23일 박근혜를 당 대표로 선출했다. 그는 취임 다음 날 이 천막당사로 향했다. 그 후 84일간 기존 당사엔 단 한 발짝도 들여놓지 않았다. ‘당이 부패 정당, 기득권 정당이란 오명에서 완전히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진심어린 그의 가슴이 국민의 가슴을 열었다. 당초 50석을 밑돌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121석을 얻어 빈사의 위기에 있던 당을 살려냈다. 여기에는 고 정두언, 정태근 등 원외위원장들과 남경필, 권영세, 정병국 같은 소장파 의원들의 눈물겨운 투혼이 함께 있었다.

4월7일이면 대권판도에 영향을 미칠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다. 부산에서조차 여권에 밀린다. 김위원장은 여론조사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지만 실상은 매우 무겁다. ‘야권단일화’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데다 자당 의원들끼리 물고 뜯는 통에 민심이 후다닥 달아났다. 시민들이 단일화에 대한 피로감이 역력하다는 걸 왜 모를까? 국민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밥그릇 싸움’까지 해대야 할까? 재빨리 국면 탈출을 하여야 하는데 리더십 부재다. 김위원장의 ‘분노’에 야권단일화는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이다. “뭐가 그리 무섭노?” 이럴 때 소장파가 자리를 박차고 튀어나와야 한다.

어설픈 좌클릭보다는 야당다운 힘찬 격돌이 필요하다. 국민의 답답함을 풀어주는 것이 정치인데 ‘힘’당은 손가락으로 달만 가리킨다. 겉 보기식 항변 한번으로 적당히 넘어간다. 목숨을 걸고 대들 야당이 없다. 국민은 더 답답하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면 어떤가? 국민들 속이라도 시원하게. YS의 목숨을 건 단식은 군부독재를 멈추게 했다. 국민은 맹목적인 투쟁은 비난한다. 하지만 백성의 삶을 옥죄는 독재화의 길을 막는 데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중도’라는 어정쩡한 포지션으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까? 오히려 나약하고 비겁해 보인다. ‘힘’당에 대해 국민이 등을 돌리는 이유 중 하나다.

다행이 답답한 이 공간을 헌법에 충실한 원칙주의적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채워주었다. - 윤석열검찰총장과 정의로운 검사들, 윤석열검찰총장의 위법·부당한 징계처분에 대해 제동을 건 홍순욱, 조미연부장판사, 입시부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경심을 유죄 판결한 임정엽부장판사와 법관들, 감사원법에 충실한 최재형감사원장 등 - 민심은 권력에 짓눌리지 않고 정의를 내세운 이들의 용기에 감동했다. 윤총장의 대선지지도가 이를 입증해주고 있지 않은가.

야당이 살아야 민주주의가 산다. 여권의 힘에 눌려 진실을 말하는 용기도 없이 어영부영 세태 영합에만 급급한 ‘힘’당 지도부의 리더십으로는 선거에 이길 수 없다. 야권단일화에 ‘촉’ 달지 마라. 더구나 자리 욕심으로 제살 뜯어먹는 짓거리는 제발 멈춰라. 시쳇말로 “쪽팔린다.” 논개도 적장을 안고 촉석루에서 뛰어내렸다. 겁 좀 내지 마라.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시장이고, 대권이고 물 건너간다. 이제라도 무논에 발 적시지 않고, 수확을 걷으려는 귀공자 행태에서 벗어나라. 풍덩 무논에 들어가라. 민심이 바로 거기 있다. 이도 못하면 당 간판을 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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