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 유명한 무명가수들
[문화칼럼] 유명한 무명가수들
  • 승인 2021.02.03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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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국 대구문화예술회관장
최근 우연히 모 방송사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을 보게 되었다. 요 근래 대중가요 경연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 아예 관련 방송은 보지 않다가 뒤늦게야 본 것이다. 우선 처음 든 생각이 "아니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데 무명가수라니!" 그 다음은 "저들에 비하면 음악 전공자로서 나는 정말 부끄럽다."라는 생각 이었다. 그만큼 참가자들의 음악성은 뛰어 났다. 노래는 당연하지만 피아노, 기타 게다가 춤까지--- 그리고 다들 무명 생활을 오래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 아름답게 와 닿았다.

지난 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들 맨붕에 빠졌을 때 우리를 위로해준 방송 프로그램이 있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밥상을 물리고 TV앞에 우리를 앉게 만든 '미스터트롯' 그 때 우리를 매료시킨 그들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기존 트로트 가수의 정형에서 벗어났다는 점. 그리고 뛰어난 가창력과 신선한 매력의 보유자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대부분 참가자들의 공통점. 역경을 극복했다. 그래서 그들이 가진 한(?)에 함께 공감하며 열광 했던 것 같다. 소년 정동원의 노래는 언제나 나를 눈물짓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은 이와는 매우 다른 결의 매력과 대단한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들 대부분은 엄밀히 말하면 무명 가수는 아니다. 다들 자기 영역에서 이미 이름 난 사람들이다. 다만 대중적 인기, 인지도가 적었을 뿐이다. 그게 그건가? 아무튼 지금까지 나온 경연 프로그램과는 매우 차별되는 방송이라는 생각이 든다. 매우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다들 구김이 없지만 품격도 갖추고 있다.

예선에서는 참가자의 이름이 아닌 몇 호 가수로 나섰다. 그래서 우리도 29호, 63호 그리고 30호라는 호칭으로 그들에 대한 얘기들을 했다. 며칠 전 Top6 결정전을 보았다. 이제야 자기이름으로 나왔지만 아쉽게 4명은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탈락자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멋진 무대를 만들었다. 보통은 경쟁에서 밀리는 순간 빛이 흐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패자부활전 끝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있어 멋진 가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 시작부터 보지는 못했지만 특별히 눈에 띄던 몇몇 가수가 있다.
63호 이무진. 아직 20대 초반이라 그런지 구김 없이 밝은 긍정적 에너지가 충만한 가수다. 이번에 탈락 위기에 몰렸지만 기타하나 달랑 들고 나와 패자부활전에서 대단한 집중력으로 승리했다. 좋은 목소리에 뛰어난 음악성 그리고 자신감이라는 성공의 기본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가수다.

30호 이승윤. 참가자 사이에서도 인기다. 특히나 '30호 그 자체가 장르'라는 평까지 받았다. 자신만만하지만 교만하지 않다. 온 몸으로 노래하는 그는 자연스러움이 가장 장점이라고 본다. 자유분방한 듯 하지만 그 선을 넘지는 않는 것 같다. "틀을 깨는 가수라는 틀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성숙한 말을 할 줄 아는 그는 매우 존경받는 목사님의 아들이란다.

나는 그 중에서도 29호 가수 정홍일에 가장 마음이 간다. 그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정공법'이다. 이미 록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단다. 직관 했다는 사람의 얘기도 들었다. 20년 넘게 활동해온 로커의 내공이 터질 듯 가득하다. 쭉쭉 뻗는 고음이 일품인 그의 목소리는 눈감고 들으면 외국 유명 로커 같다는 생각이 든다. 소위 말하는 '빠다 소리'다. 게다가 부드러움까지 갖추고 있다. 심사위원 이선희는 "락 정신이 충만할 뿐만 아니라 부드러움, 선량함 그리고 순수함도 갖추고 있다."며 극찬을 했다. 그날 방송에서는 그의 노래에 모든 심사위원들이 난리였다. 그만큼 그는 압도적 이었다.

내가 29호 가수 정홍일을 좋아하는 것은 기교나 테크닉이 아니라 본질로 승부하는 가수이기 때문이다. 무대를 꽉 채우는 그의 소리를 들으면 "그래 가수는 이래야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늘 헤비메탈만 하다가 대중음악에 도전한다."는 그의 말이 아리송하다가도 뭔가 마음으로 오는 게 있다. 헤비메탈도 대중음악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지만 그의 말은 헤비메탈에 대한 애정? 주류 대중음악에 들어서지 못함에 대한 반응? 이쪽에는 문외한인 나로서는 그냥 마음으로 느낄 뿐이다. 아무튼 오랜 시간동안 주목을 덜 받았더라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한길만 파던 한 대단한 가수의 뒤늦은 성공은 우리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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