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 승인 2021.02.03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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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희 젠더와 자치분권연구소장
입춘이 지났다. 봄을 기다리며 화초를 가꾸듯 다가올 새로운 명절문화를 그려본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대면을 근간으로 하는 명절 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설명절도 명절대이동은 사라지고 최소인원만 모이게 되어 차례상도 자연스럽게 간소화 될 것이며 명절마다 문제되었던 가사분담, 스트레스 등 전통적인 명절증후군도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지난 1년 간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족 간의 갈등이 많아졌으며 이때 여성의 가족갈등 경험이 다소 높아 젠더불평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가운데 어떤 가족문화를 만들어야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사회문화가 될지 고민스럽다. 어른이 시키는대로,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이 편하기는 하지만 좋은 것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건강가정기본법의 개정은 다양한 미래예측 능력 및 가정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논의를 요구한다. 각종 가족정책의 법적 토대인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정이 개인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회통합을 위하여 기능할 수 있도록 유지ㆍ발전되어야 한다는 기본이념으로 가정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적절한 의미를 담고자 해왔기 때문이다.

건강가정기본법의 정의에 의하면 가족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를 말하며 가정은 가족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서 구성원의 일상적인 부양·양육·보호·교육 등이 이루어지는 생활단위이다.

이때 건강가정이라 함은 가족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을 말하는데 이 정의가 부자연스럽다는 의견이 많다.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는 무엇보다 전통적 가족 외의 가족이나 가정은 건강하지 않은 가정으로 본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가족단위의 시민적 역할을 증진하고 가정생활문화의 발전을 지원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가족구성원 개인에 대한 지원을 넘어서는 사회통합의 기본가치이다.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혼례나 상례, 제례문제에 대한 대안제시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에 따르면 비혼이나 동거 커플 등도 가족으로 인정된다. 현행 민법 조항은 가족 범위를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로 규정하고 각종 가족 정책의 토대인 건강가정기본법도 가족을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정의하는데 이런 틀을 깨자는 것이다. 결혼제도 밖에 있는 다양한 가족 구성을 보장하고 친밀성과 돌봄에 기반한 대안적 관계를 토대로 한 새 형태를 법 제도 안의 ‘가족’으로 인정한다.

통계에 따르면 전형적인 가족으로 인식되던 ‘부부와 미혼 자녀’ 가구 비중이 2010년 37.0%에서 2019년 29.8%로 감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1인 가구 비율은 2019년 말 기준으로 30.2%를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비혼 가구나 동거 등 새로운 형태의 가정도 증가했다. 비혼 만 아니라 장애인·이주민 등 다양한 이들이 전통적 가족 형태에 해당하지 않는 ‘생활 공동체’를 구성하며 살아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의 여론조사에서는 법적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이나 비혼 동거까지 확장하는 데 찬성하는 이들이 60.1%에 이른 것으로 나타난다. 혼인·혈연으로 연결된 관계 외에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는 관계’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관계’까지 가족으로 인식한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가족의 범위를 확대하는 일은 시의적절하다.

가족과 가정은 다르므로 건강가정기본법의 취지를 개정법(가족정책기본법으로 변경)이 살릴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아 보인다. 특히 가정교육의 경우 사회교육의 전단계만 아니라 일생동안 이루어지는 전인교육이므로 건강가정지원법에서 더 강화될 필요성이 있었다는 점에서 개정법이 이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

한편,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에 반대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건강한 사회라는 의미겠지만 애매한 정보로 선동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있어 안타깝다.

가족의 중요함이 커지고 그로 인한 갈등도 많은 지금,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본 장으로서의 건강한 가정 및 다양한 가족구성원의 차별 없는 삶을 지원하기 위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기에 좋은 시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보이게 하며, 변하지 않던 것들을 변하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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