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문소리·장윤주의 ‘세 자매’..불행을 견디는 개개인 앞에 놓인 진실
김선영·문소리·장윤주의 ‘세 자매’..불행을 견디는 개개인 앞에 놓인 진실
  • 배수경
  • 승인 2021.02.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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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생일 맞아 모인 가족들
‘과거 가정폭력 사과하라’ 폭발
어른이 되어도 트라우마 여전
사실상 아동학대는 현재진행형
영화 '세자매' 스틸컷 

살아가는 환경도 성격도 너무 다른 세 자매가 있다.

첫째 희숙(김선영)은 늘 멋쩍은 미소를 띠고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둘째 미연(문소리)는 부족할 것 없이 완벽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극작가인 셋째 미옥(장윤주)은 늘 술을 입에 달고 살며 술에 취하면 둘째 미연에게 전화를 걸어댄다.

누군가는 그저 모든게 미안하기만 하고 누군가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너무 이성적이기만 하고 또 누군가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쏟아내기만 하는 세 자매의 삶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정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이 왜 이렇게 살고 있을까? 하는 의문은 영화의 마지막에 가서야 풀린다.

아버지의 생일을 맞아 세 자매는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인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다른 가족들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곳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들 가정의 내밀한 이야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다.

영화는 조금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설정들이 있지만 어느 순간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을 쏟게 만든다.

톨스토이는 ‘안나 카레니나’에서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하다’라고 했지만 이들의 불행은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이유에서 시작되고 있다. 흑백의 화면으로 그려진 그들의 어린 시절.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고 폭력을 고스란히 견뎌야 했던 아이들. 실제로 학대를 당한 사람은 물론 그것을 목격한 사람도 온전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는 못하다.

시종 무거운 마음으로 지켜봐야 했던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가정폭력, 아동학대는 지금도 우리 사회 어디선가 여전히 진행중이다.

가정폭력은 대부분 집안 일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아이는 어른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영화 속 자매가 맨발로 밤 길을 달려 도움을 청했을 때 쭈쭈바를 쥐어주며 돌려보내던 어른들이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상처받은 어린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마음 속에 그대로 자리잡고 앉아 그들의 삶을 흔들어 놓는다. 가장 완벽해 보이던 미연이 “아버지, 사과하세요.”라고 절규하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은 의외지만 후련하다.

영화 '세자매' 스틸컷 

 


표면상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이지만 세 자매가 함께 바닷가를 거니는 장면에서 우리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아픔을 견뎌내던 세 자매가 이젠 ‘자매’라는 이름의 연대로 함께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 순간이라고 봐도 좋을 듯 하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울려 퍼지는 가수 이소라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는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게 만든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세자매’는 실 관람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장기 흥행에 돌입했다.

배수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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