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의 사회학 혹은 심리학(2) - 둥지를 두고 벌이는 사투
둥지의 사회학 혹은 심리학(2) - 둥지를 두고 벌이는 사투
  • 승인 2021.02.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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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후섭 대구문인협회장·교육학박사
사람들은 집을 짓고 살아갑니다. 지역에 따라 기후가 다르고, 이에 따라 집을 짓는 재료와 장소가 달라져서 결국 집 모양도 다르게 됩니다. 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새들도 사는 곳에 따라 둥지들의 모습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칼새 종류는 높은 절벽에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만들고, 황새는 높은 나무 위에 가지를 얼기설기 엮어서 커다란 접시 모양으로 집을 짓습니다. 직박구리는 숲속 나뭇가지 사이에 둥지를 숨기고, 딱따구리는 아름드리나무에 열심히 구멍을 파내 둥지를 만듭니다. 흰물떼새는 냇가 모래톱 바닥에 움푹 들어간 모양으로 집을 짓습니다.

독수리나 올빼미 등도 사람들이 쉽게 올라갈 수 없는 바위틈에다 둥지를 꾸리고, 베짜기새류(참새과)는 기다란 풀을 매듭으로 묶어서 항아리 모양으로 둥지를 만듭니다. 미국 볼티모어 지역의 찌르레기사촌류는 긴 풀줄기와 식물섬유로 둥우리를 엮어 역시 기다란 섬유질 끈으로 나뭇가지에 매단다고 합니다.

물새류들은 냇가의 갈대줄기를 서로 끌어당겨 얽은 다음 그 한가운데에 집을 짓기도 합니다. 아마도 홍수가 지면 그 둥지는 물에 잠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새들은 홍수가 지기 전까지 새끼를 부화시키고 헤엄을 치는 훈련까지 마친다는 계획 아래 날짜를 계산하여 둥지를 꾸리지 않을까 합니다.

둥지를 꾸리는 재료도 매우 다양합니다. 우리 둘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까치나 까마귀들은 나뭇가지를 물어다 짓는데, 진흙을 물어와 서로 엉겨 붙게 합니다. 이 때 새들이 물어오는 흙은 매우 싱싱하여 점액질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농촌에서는 새들이 둥지를 지을 때에 물어오는 곳의 흙을 파와서 벽을 바른다고 합니다. 삭은 흙을 파와서 벽에 바르면 금방 무너져 내리는데 비해 싱싱한 흙을 바르면 오래 가기 때문입니다. 결국 새들은 어떠한 흙이 싱싱한지 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들에게서도 배워야 하는 것입니다.

둥지를 짓는 재료도 다양하여 나뭇잎, 진흙, 깃털 심지어는 거미줄까지도 이용한다고 합니다. 제비와 남아메리카 화덕새 및 홍학 등의 새들은 진흙으로 지은 둥우리를 단단하게 굳히기 위해 침을 접합제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둥우리를 지을 때 침샘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새는 칼새입니다.

칼새는 작은 나뭇가지를 가져다가 굴뚝 안쪽에 침으로 붙여 작은 바구니 모양의 둥우리를 만드는데 아시아산 식용칼새는 오직 침으로만 둥우리를 짓는다고 합니다. 침으로 굳힌 집은 웬만한 압력이 아니고는 깨뜨릴 수 없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무엇을 붙이고자 할 때에 맨 먼저 일으키는 신체적 반응이 바로 침을 모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둥지의 모양은 일반적으로 찻잔이나 둥근 지붕 모양의 것이 많은데 이는 재료가 서로 엉겼을 때의 역학적 구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둥근 모양이 가장 탄력 있으면서도 안정적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이 때 새들이 의도하였는지 아니면 자연스레 그리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둥지의 겉은 매우 거칠고 울퉁불퉁합니다.

그리하여 포식자가 함부로 접근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갈수록 깃털이나 짐승의 털을 깔아 보드랍고 따뜻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이들 둥지들을 살펴보노라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새끼들을 잘 키우기 위한 안락한 환경 조성이고, 또 하나는 포식자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고심한다는 점입니다. 갈대줄기를 엮어 둥지를 지으면 포식자인 뱀이나 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습니다. 갈대줄기가 쉽게 휘어지기 때문입니다. 칼제비들은 흙을 물어다 벽에 붙여 집을 지으면서 입구를 툭 튀어나오게 만듭니다.

그러니 뱀이 아무리 기어올라도 입구로 머리를 들이밀지는 못하도록 하는 구조가 됩니다.

‘자연이 교과서’라는 말이 있습니다. 새 둥지들의 구조와 재료, 위치 등을 통해서 우리는 생명의 지혜를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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