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IB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단상
<특별기고>IB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단상
  • 남승현
  • 승인 2021.02.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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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대사대부초-이상근교장
이상근 경대사대부초 교장

2021년1월21일, 우리학교가 드디어 IB 본부로부터 국내 정규 초등학교 중에서 최초의 ‘IB World School’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한국 제1호입니다.

그 동안 ‘후보학교 신청’·‘IB본부 심사’· ‘후보학교 승인’·‘인증을 위한 전문 컨설팅’·‘학교방문 컨설팅’·‘인증학교 신청’· ‘최종 방문 심사’ ·‘IB School 승인’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면서 겪었던 힘든 일들이 떠오릅니다. 전 세계의 IB School들은 후보학교로 신청한 후 최종 인증학교로서의 취득 기간을 대개 3~4년 정도 잡는데, 우리 학교는 불과 1년 5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대구교육청의 적극적인 정책 뒷받침이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IB교육은 영어로만 수업을 하고, 국제학교에서나 가능한 귀족 교육인데, 왜 한국의 우수한 교육과정을 하지 않고 외국의 교육과정을 도입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실과 좀 다릅니다.

전 세계의 IB School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에서 1가지로 수업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비영어권 국가에는 영어 교과 이외에는 모국어로 수업을 합니다. IB교육을 하는 학교에서는 연회비를 부담하는데 대구는 교육청에서 전액 지원하고, 학생 개인부담은 없습니다. IB교육은 국제학교에서 주로 하기 때문에 귀족교육으로 인식될 수도 있겠으나, 미국 등 영어권 국가에서는 오히려 여건이 열악한 공립학교에 IB School이 더 많습니다. IB교육 프로그램은 교육과정이 아닌 교육과정을 담는 큰 틀, 즉 프레임 워크입니다. 그 틀에 들어갈 성취기준은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합니다. 현재의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IB교육 프레임을 통하여 제고할 수 있습니다.

제가 IB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겪은 경험으로 몇 가지 정리해 봅니다.

첫째, IB교육은 수업설계-수업진행-평가의 모든 과정에 동료교사들의 전문적인 연구능력과 더불어 자유로운 교사 협력문화가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입니다. 6가지의 초학문적 주제를 해결하기 위한 탐구 유닛(UOI; Unit of Inquiry)을 설정할 때부터 모든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서 학년별, 교과별 계열성에 맞추어 분류를 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각 교실에서 수업을 위한 교재연구를 각자 하는 풍토이기 때문에, 같은 학년간 또는 같은 교과간 협력을 해서 UOI 설계를 하는 분위기에 아주 낯섭니다. 따라서 전체 교사의 연구풍토가 조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학교의 문화가 완전히 탈바꿈되어야 합니다.

둘째, 모든 학교의 행·재정은 동료교사들의 협력문화 지원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관행에 의하여 매년 답습되어 오는 불필요한 행사와 교육활동은 과감히 제거하되, 필요한 행사나 교육활동은 UOI 안에 포함시켜서 운영해야 합니다. 각종 특별교실, 운동장의 놀이기구 등 학교의 모든 시설과 공간은 UOI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재배치하거나 조정하면 좋습니다. 학교의 의사결정은 선생님, 학부모,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풍토가 일상화되어야 합니다.

이 과정에 학교장의 경영철학과 역할이 아주 중요합니다. 학교장의 IB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함께 IB 학습자상을 구현할 수 있도록 모든 여건을 재구조화 하지 않으면 운영되기 어렵습니다. 학교장은 리더십팀의 일원으로서 교육공동체와 동등하게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지원하는데 익숙해야 하고, 학교 내에 잔존하고 있는 연차, 경력, 성별에 따른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동료교사 문화로 바뀌어가도록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셋째, 교육청에서는 IB교육에서의 순기능을 각종 정책이나 장학 방법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일반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업연구대회 방식도 IB교육에서의 좋은 학습방법이 공유될 수 있도록 추진되면 일반 학교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겠지요. IB교육 프로그램으로 현행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선생님들의 역량을 증진시킨다면, 학급당 학생 수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여건이 열악한 소규모학교 또는 과밀학급에서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겁니다. ‘IB교육의 장점을 살린 대구형 협력학습’ 연수과정을 운영하는 방안도 있겠습니다. 이러한 연수에 참가한 선생님들이 각 학교에서 실천 가능한 탐구주제 수업을 설계-진행-평가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제 우리 학교는 IB World School이 되어 출발합니다. 목표는 인증이 아닌, 수업문화 변화이기에 이제부터 시작인 거지요. ‘학교다운 학교를 만드는데 IB교육이 촉매제가 되겠다’는 저의 당초 기대가 ‘수업이 즐거운 교실문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제 IB교육의 수업문화에 익숙해지는 선생님들께서는 코로나 팬데믹, 원격교육 등 급변하는 교육현실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정을 마음껏 발산하는 전환점도 되리라 기대합니다. 저는 이제 선생님 스스로 수업문화를 바꾸고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 자긍심을 가질 그 때를 믿고 기다릴 겁니다. 분명 우리 선생님들은 그럴 의지와 능력이 충분한 분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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