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경영칼럼] 전통시장에 왜 가요?
[박명호 경영칼럼] 전통시장에 왜 가요?
  • 승인 2021.02.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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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계명대학교 석좌교수, 전 계명문화대학교 총장
지난 주 전통시장에 관한 한 신문 기사에 달린 댓글 가운데 몇 가지.

# 땅콩 사러 갔더니 물건은 보이지도 않고, 물으니 안에서 가져 나오고, 생산지가 어딘가 해서 살펴보니 그냥 가시란다. 산지 속여 먹으려고 작정하고 장사하더군.

# 말이 전통시장이지 가격 메리트도 크지 않고, 상품의 질, 상품 속이기. 특히 위의 몇 개는 좋은 것, 아래에는 하품으로 속이기. 역시 신뢰 부실이다. 거기에 불친절, 시장 전체의 어수선함. 젊은 층들이 이용하기엔 너무 엉망이다. 어차피 도태될게 뻔하다.

# 편안한 마트는 강제로 문을 닫게 하고 지저분하고 더러우며 화장실과 주차장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전통시장을 이용하라고 국민들 등을 떠미는 이상한 나라.

일부이기는 하겠지만 전통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가 이토록 부정적이라는 사실이 매우 놀랍다. 어쩌다 전통시장의 위상이 이처럼 추락했나. 전통시장은 우리 경제에 폐만 끼치는 무익한 존재인가. 소비자들의 혹독한 비판은 물론 상인들의 잘못에 기인한다. 하지만 서민경제의 기반인 전통시장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정부나 지자체에는 책임이 전혀 없을까.

최근에는 오프라인 소매업의 몰락을 뜻하는 ‘리테일 아포칼립스’라는 말까지 나왔다. 미국에서 2017년부터 대형유통업체의 잇따른 파산보호신청이 발생하자 일부 미국 언론에서 이런 말을 쓰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소비 확산에 따른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침체와 파산이 심각하다. 먹거리와 공산품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급속히 늘고 있어, 오프라인 소매 매장의 쇠퇴는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나마 오프라인 쇼핑도 대형마트, 백화점, 대형슈퍼마켓 위주로 이루어져 전통시장은 고사 직전이다.

전통시장의 매출 부진과 사양화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5인 이상 집합금지’로 그나마 찾아오던 고객들의 발길도 끊겼다. 더 이상 장사하기가 어렵다는 상인들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모든 전통시장들이 다 똑같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전통시장별 편차가 크다. 이름 난 맛집이 있거나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나 ‘놀러와요 시장’ 등 온라인 장보기 서비스를 하거나 배달앱과 협업하여 배달서비스를 하는 전통시장에는 고객이 몰리고 매출도 유지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의 자구적 회생 노력과 함께 정부의 디지털화 지원과 플랫폼기업의 협력을 이끌어낸 결과다. 생존을 위한 방정식을 나름대로 풀어낸 것이다.

기업의 ‘생존부등식’은 한양대 윤석철 석좌교수의 명저 『프린시피아 매네지멘타(1991)』에서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상품의 가치 > 상품의 가격 > 상품의 원가’라는 공식이다. 기업은 상품의 가치를 높여야 생존할 수 있고, 이것은 두 가지 부등식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좌측 부등호는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창조하여 제공하는 능력을 말한다. 한편, 우변의 부등호는 기업의 원가 절감 노력인 생산성이다. 기업이 생존하려면 좌단의 가치를 높이고, 우단의 원가를 낮추어야 한다.

전통시장도 당연히 상품의 원가를 낮추고 가치를 높여야 살아남는다. 좋은 상품을 값싸게 파는 것은 기본이다. 동시에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고객들은 쇼핑의 쾌적성과 안전성, 거래의 신속성과 편의성, 접근 용이성, 응대의 친절성과 개별화된 서비스까지 원한다. 또한 쇼핑은 단순히 상품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삶의 여정이며 사회적 교류활동이다. 따라서 쇼핑에서 고객들이 기분 전환과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 이처럼 유통업에서는 심리적, 정신적, 사회적 만족도와 같은 무형적 가치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전통시장의 최고의 가치는 상인들의 사고와 태도에서 비롯된다. 상인정신의 필수 덕목인 ‘성실’과 ‘정직’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다. 또 고객중심의 사고가 핵심이다. 소비자가 ‘왜’ 전통시장을 찾는가를 철저히 따져서, 그들의 요구를 사업 가치로 전환하는 혁신적 노력이 필요하다. 당장은 청결과 위생 그리고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리고 모방하기 어려운 특유의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맞춤형 거래방식도 갖춰야 한다. 또 매력적인 소비자 경험과 차별화된 시장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긴요하다.

디지털화가 급속해지는 세상에서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인간 중심’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데이비드 색스는 새로운 얼굴을 한 아날로그가 여러 영역에서 급부상하여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아날로그 소매업의 대표 격인 전통시장은 온라인에서는 결코 경험하기 어려운 훈훈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사회적 상호작용 공간이다. 상인들이 고객 사랑의 진정성을 보인다면 전통시장은 반드시 부활할 것이다. 새해부터는 걸어서 가까운 전통시장에 장보러 가자. 건강에도 도움이 되고 우리의 이웃인 상인들을 돕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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