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같은 터널 지나 백신 접종 기대감까지…
악몽 같은 터널 지나 백신 접종 기대감까지…
  • 조재천
  • 승인 2021.02.1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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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첫 확진자 발생 1년
市, 모범 방역 도시로 ‘우뚝’
의사회, 자원봉사가 ‘핵심’
시민 “마스크는 이제 일상”
왼쪽 위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대구 지역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남구 대명동의 신천지 대구교회 출입문에 폐쇄 명령서가 붙어 있다. 지난해 2월 26일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편의점에 마스크가 동이 났다. 지난해 8월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이 시청에서 코로나19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별관에 지역 첫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가 마련됐다. 조재천기자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어느 새 1년이 지났다. 지난해 2월 18일 국내 31번째 확진자가 대구에서 나오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신천지 교회’ 발 감염 확산은 인구 250만 도시를 공포로 몰아넣었고, 대구 시민들은 타 지역민의 안타까워하는 마음과 일부 불편한 시선을 동시에 받아야 했다. 특히나 지역 첫 확진자 발생 후 몇 개월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회고처럼 ‘마라톤 10km 구간을 100m 달리기로 전력 질주하지 않았나’ 싶을 만큼 긴박하게 돌아갔다. 대구시와 대구시의사회, 지역민의 시선으로 국내 코로나19 1차 유행을 되돌아봤다.

△대구시 “악몽 같았던 한 달”

대구시는 지역 첫 확진자 발생 후 한 달간을 ‘악몽’으로 표현했다. 첫 확진자 발생 후 사흘 만에 지역 누적 확진자 수가 154명으로 늘었고, 열흘이 지나서는 입원 대기 중이던 확진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월 29일에는 하루 74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1차 유행의 정점을 찍었다. 선별 조사와 역학 조사가 무력화된 것은 물론 병상 부족 문제까지 겹쳐 통제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사태가 최악으로 치닫자 시민들은 이동을 멈췄고, 클럽·학원·노래연습장 등 다중이용시설은 자발적으로 문을 닫았다. 스스로 봉쇄를 택한 시민들과 방역 당국, 관계 기관 종사자 등의 희생과 헌신으로 지역 첫 확진자 발생 후 52일 만인 지난해 4월 10일 대구에서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은 상황까지 도달했다. 당시 지역 누적 확진자 수는 6천807명에 달했지만, 대구는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한 도시로 크게 주목받았다.

△대구시의사회 “D-방역 덕분에 1차 유행 극복”

대구시의사회는 코로나19가 메르스 같은 신종 감염병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메르스가 중증 치사율은 높지만 전파력이 비교적 낮았던 반면, 코로나19는 치사율이 낮지만 전파력은 메르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는 것이다. 시의사회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 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자원 봉사자를 ‘D-방역’의 핵심으로 꼽으며 이 덕분에 국내 코로나19 1차 유행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대구시의사회 한 회원은 당시 입원 대기자에 대한 전화 건강 상담으로 자원 봉사를 펼쳤다. 그는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임상 경험을 가진 의사로서 자가 격리자의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준 것, 또 중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가려내어 서둘러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운 것이 보람이었다”며 “어느 날은 중년 부부가 확진됐는데 어린 자녀 2명은 감염되지 않아 가족치료센터 입소가 불가능한 일이 있었다. 어찌할 바 모르며 애태우던 이들 가족의 사연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시민 “이 정도일 줄은… 백신이 희망”

대구 시민들은 하나같이 코로나19 사태가 이토록 심각해질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달성군 다사읍에 사는 김 모(39) 씨는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까지는 왜 이리 호들갑을 떠나 싶은 생각이었다. 이러다 말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1년이 넘는 장기전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 “1차 유행을 떠올리면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서 이곳저곳 헤맸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 전 국민이 백신을 맞고 상황이 잠잠해지더라도 마스크는 계속 끼고 다닐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강 모(39) 씨는 지난해 12월 수성구 범어동에 음식점을 열었다. 지인과 오랫동안 공동 운영하던 음식점이 침체기를 겪자 새출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는 “조만간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하니 일상이 회복되고 매출도 오를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감염병이 언제 또 나타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다”며 “생계가 달린 문제이다 보니 감염병에 타격을 입지 않는 일을 겸업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지금 당장은 백신에 희망을 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조재천기자 cjc@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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