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신간]미친 세상을 이해하는 척하는 방법
  • 석지윤
  • 승인 2021.02.1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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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적 시각으로 바라본 현대사회의 모순
세계적 작가 유작 에세이집
정치·사회문제 등 세태 비평
냉철한 분석 뒤 긍정적 전망
미친세상을이해하는척하는방법
움베르토 에코 지음/ 열린책들/ 320쪽

움베르토 에코의 유작 에세이다. 그는 세계 각지의 대학에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펼친 학자인 동시에 전 세계 3천만 부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장미의 이름’의 저자이기도 하다. 에코는 2016년 2월 19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자택에서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2000년부터 타계 전까지 쓴 55편의 촌철살인 에세이들이 담긴 책은 그의 사망 직후 출간됐다.

이 책의 이탈리아 원제는 ‘파페 사탄 알레페: 유동 사회의 연대기’로, ‘파페 사탄 알레페Pape Satan Aleppe’는 단테의 ‘신곡’ 지옥편 제7곡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다. 해석자들이 그 의미를 찾아내려고 분투했지만 대부분 명확한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국 이 말은 세상의 온갖 나쁜 짓을 이르는 표현으로 해석될 뿐이다.

한편 ‘유동 사회liquid society’는 철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현대 사회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국가나 신, 이데올로기처럼 위로부터의 구원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고, 개인은 지속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과연 이런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 에코는 그럴수록 현실로부터 도피하지 말고 무관심과 무지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정치, 사회, 종교, 역사, 예술, 인터넷 등 복잡한 세상 구석구석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세상에는 여전히 웃음과 희망이 남아 있고, 위대한 책과 예술이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에코의 글들은 냉철하면서도 따뜻하다. 두려움이 없고 솔직하다. 먼 나라의 거물급 학자가 고상한 척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옆집 할아버지가 웃으면서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석지윤기자 aid1021@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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