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어느 노인의 유서
[금요칼럼] 어느 노인의 유서
  • 승인 2021.02.1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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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식 대구공업대학교 사회복지경영계열 교수
다음은 1993년부터 1997년까지 4년 간 주한 미국대사로 근무한 미국 에모리 대학 교수 제임스 레이니(James T. Laney:1927~)의 유명한 이야기다. 레이니 교수는 건강을 위해 매일 걸어서 출퇴근하던 중 어느 날 집 앞 벤치에 쓸쓸하게 혼자 앉아 있는 한 노인을 발견하고 다가가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고 잠시 말벗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노인을 찾아가 마당의 잔디를 깎아 주거나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2년여 동안 교제를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에 노인이 보이지 않아 노인의 집을 방문하여 전날 노인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 바로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을 하게 되었다. 거기서 그 노인이 바로 코카콜라 회장을 지낸 분임을 알고 깜짝 놀라고 있던 중 한 사람이 다가와 "회장님께서 당신에게 남긴 유서가 있습니다" 라며 봉투를 전해주었다고 한다. 그는 유서의 내용을 보고 더욱 놀랐는데, "레이니, 당신은 2년여 동안 내 집 앞을 지나면서 나의 말벗이 되어 준 친구였소. 우리 집 뜰의 잔디도 함께 깎아 주고 커피도 나누어 마셨던 나의 친구 레이니, 그동안 정말 고마웠소. 나는 당신에게 현금 25억 달러와 코카콜라 주식 5%를 남깁니다"라는 내용이었던 것이다. 너무나 큰 액수의 뜻밖의 유산을 받은 레이니 교수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점에서 놀랐다고 한다. 첫째는 전 세계적인 부자가 그렇게 검소하게 살았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신이 코카콜라 회장이었음에도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셋째는 아무런 연고도 없이 그저 지나가던 사람에게 그 큰돈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레이니교수는 그 후 받은 유산을 에모리 대학의 학생과 학교를 위한 발전기금으로 내어 놓았다. 노인에게 베푼 따뜻한 마음으로 엄청난 부가 굴러들어 왔지만 그 부에 도취되어 본연의 마음을 잃지 않았기에 결국 에모리 대학의 총장이 되었다고 알려진 유명한 이야기이다.

위의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라 허구의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필자에게는 이야기의 진위여부를 떠나 홀로 계신 외로운 노인에게 스스로 다가가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2년 동안이나 마당의 잔디도 깎아주고 이야기 친구가 되어주었다는 레이니 교수의 이야기가 참으로 감동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바쁘다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자신의 시간을 할애하여 외로운 노인들을 도와주기가 참으로 어렵지 않을까. 그리고,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조건 없이 많은 돈을 주는 것도 어렵지만, 또 받은 그 큰돈을 모두 세상에 기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대학에서 장군스피치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면서 제자들에게 조건 없는 봉사의 중요성과 함께 '유서 작성' 해보기도 늘 강조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주변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또한 이득을 따지지 말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내가 먼저 봉사하고 베풀어라' 고 강조한다. 또 '돌아앉은 부처도 내가 진심으로 베풀면 다시 돌아앉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이 말은 아무리 상대에게 화가 나있는 사람이라도 그 상대가 진심으로 자기에게 베풂을 보여주면 그동안 쌓여있던 나쁜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져 버린다는 뜻일 것이다. 또한 제자들에게 자신의 유서를 한번 작성해보라고 말한다. 유서라는 것은 죽음의 의미와 함께 내 인생의 정리라는 의미가 있다. 비록 지금은 건강하기 때문에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고 있지 않지만 만약 자신의 유서를 작성해본다면 죽음의 순간을 생각하게 되고 지난날의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게 될 것이다. 아무리 나쁜 인간이라도 죽음의 순간에 증오나 원한 같은 나쁜 감정을 가지고 세상을 하직하고 싶은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그러니 죽음의 순간에는 그 동안 미워하고 증오했던 사람이 있었다 할지라도 모두 용서하고 사랑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하직하게 될 것이다. 필자는 가끔씩 절친한 친구에게 농담 섞인 말투로 "네가 먼저 죽으면 나는 너에게 부조 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절친한 친구를 외롭게 혼자 두고 먼저 가버렸기 때문이야. 하지만 부조 대신 네 무덤 앞에 큰 비석을 세워 줄 것이고 그 비석의 비문은 내가 직접 쓰겠다. '살아생전 참으로 성실하고 부지런하였으며 친구들과 많은 사람들에게 늘 베풂의 삶을 살았던 사랑하는 내 친구 여기 잠들다' 라고 말이야" 라고 말하곤 한다.
독자여러분! 어떤 사람이든 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부도, 명예도 필요 없고 오로지 자신의 이름 석자만 남겨놓고 갑니다. 먼 훗날 후손들이 자신의 비석 앞을 지나갈 때 "과연 이 사람은 참으로 멋진 사람이었구나! 자기 자신 보다도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끊임없이 도전하고 성장하여 주변사람들에게 늘 베풂의 삶을 실천하였던 큰 그릇, 큰 나무의 삶을 살았던 분이구나!"라고 마음속으로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우리 모두가 살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참으로 의미 있고 행복한 여정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비록 죽는 순간까지 모두 이루어지지는 않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조금씩 끊임없이 자신을 성장시켜 나간다면 틀림없이 우리 모두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여러분께서도 희망을 가지고 진정한 삶의 행동 철학에 대한 자기 성찰의 시간을 한번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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