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2030세대의 자화상
코로나19 이후 2030세대의 자화상
  • 승인 2021.02.2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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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재일 영남이공대학교 관광계열 계열장·경영학 박사
2011년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처음 사용된 이후 오포세대, 칠포세대 등의 신종 용어가 대중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였다. 삼포세대란 사회ㆍ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의미하며,‘오포세대’란 삼포에 더하여 인간관계, 내집 마련 포기를 ‘칠포세대’는 여기에 더하여 취업, 희망 포기함으로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취업, 희망의 일곱 가지를 모두 포기한 세대를 의미한다. ‘칠포세대’는 이제 포기할 것조차 남아있지 않은 세대로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보이지 않는 요즈음 2030 세대의 절망적 상황을 자조적으로 묘사한 서글픈 용어이다. 하지만 세대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모든 것을 포기해버리거나 포기를 강요당한다는 ‘N포 세대’ 란 용어와 이번 생은 아예 망해버렸다는 ‘이생망’ 이란 극단적 신조어까지도 등장하였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고용시장에서 청년층의 양질의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다수의 일자리는 비정규직, 임시·일용직으로 대체되는 등 취업의 양적, 질적 저하는 지속되어 왔다.

2016년 말부터는 그나마 버티던 고용률마저 하락하여 청년층의 고용악화 한파는 심각한 현실로 다가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는 청년 고용 시장에 치명적 타격을 가해 불황과 고용 위기속에서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30 청년층이 겪고 있는 고용 한파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2021년 1월까지 취업자수는 11개월 연속 감소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사회 초년생에 속하는 20대가 25만 5000명이 줄어들었고 30대도 27만 3000명이 줄어들며 2030 세대의 취업자 수 감소가 심각하다. 또한 고용위기의 장기화로 구직 자체를 단념하는 비경제활동인구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으며 2021년 1월에는 구직을 아예 포기한 20~30대가 전년 대비 30% 넘게 증가하였다. 특히 30대 구직 포기 인구는 2020년 1월 21만명에서 올해 1월에는 28만1000명으로 33.9% 증가하여 전 연령층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고용 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로 청년층을 지목하였다.

지난 2월8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공동 발간한 ‘한국의 포용성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19 위기의 최대 피해자인 청년층이 다시 한번 위험에 직면했다고 진단하면서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할 사회안전망 구축과 소득·재고용 지원이 필요하며 여성·청년·고령자·이주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정책 설계 및 다양한 직업훈련과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청년 고용시장의 장기적 불황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결혼·출산의 유예로 이어져 이미 만성화된 낮은 결혼율과 저출산 행태를 더욱 가속화 하는 등 심각한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주택과 전세 가격이 폭등하여 부모의 도움 없이는 내집 마련의 꿈은 엄두도 낼 수 없는 환경에서 결혼과 임신, 육아에 따른 부양 부담은 안정된 일자리 없이는 감당하기가 어렵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지난 1월14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은 노동자가 근로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서울의 25평(83㎡) 아파트를 사려면 36년이 걸리며 만약 임금의 30%를 저축한다고 가정하면 아파트를 구입하기까지 118년이 걸린다고 발표하였다. 사태가 이러하니 2030 세대 사이에서 부모가 최고의 자산이며 부모의 재력으로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잘살 수 있는 사람을 금수저,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난 사람을 흙수저에 비유하는‘수저 계급론’이 유행처럼 나돌고 있으며 부와 권력이 대물림하는 세습자본주의가 고착화되고 있다. 금수저가 아닌 일반 청년들은 출발선이 이미 불평등하여 평생을 일해도 격차를 극복하기가 힘들다는 좌절감은 2030 세대들을 한탕주의에 쉽게 빠져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으며 이에 따른 부작용은 대단히 심각하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2030 세대들이 주택 및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영끌, 빚투 등의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창출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도 구하기 힘든 고용 불황 속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으로 백신이 접종되고 코로나 치료제가 보급되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K자형 경제 반등이 예상되지만 고용 환경만은 예외로 2030 세대가 받을 타격이 매우 크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상대적으로 회복이 힘든 고용시장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주택, 자산, 결혼, 육아 등에서 이들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한 상실감과 박탈감에 시달리게 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청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 없이 막대한 국가재정을 투입하여 각종 고용지원금을 지급하고 단기간 공공 일자리 마련에만 의존하는 현재의 정책은 2030 세대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적절한 방안이 아니며 실질적 효과도 미미해 보인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현 정부가 역대 최대 일자리 예산을 투입하고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여 기존 일자리 정책의 획기적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고용시장의 심각성을 엄중히 인식하고 일자리 회복을 위한 근본적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정부에서 늘리는 단기적 공공부문의 일자리로는 청년실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기업과 민간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주력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어 주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미래의 국가 경제를 이끌어나갈 주역인 청년들의 공정한 경쟁을 전제로 한 계층상승의 희망 사다리가 없어지면 이는 청년만의 불행이 아닌 미래의 성장동력을 등한시함에 따른 국가적 불행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깊이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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