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유토피아로 데려가 줄까…1997 빠리 카페, 김시원展
명품이 유토피아로 데려가 줄까…1997 빠리 카페, 김시원展
  • 황인옥
  • 승인 2021.02.22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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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타고 고급 자동차 타고…
호화로운 냥이가 곧 인간 욕망
“속이 공허하면 행복할 수 없어
내면의 명품화 말하고 싶었다”
김시원작-Mynameis루이
김시원 작 ‘My name is 루이’

예술가는 살아있는 모든 순간의 적나라한 감정들을 예술로 환원하려는 욕구를 타고난 사람들이다. 환희나 절망의 순간에 오히려 극적인 창작물을 쏟아내는 현상에서 예술가의 창작원이 작가 자신임을 새삼 상기한다. 그들에게 삶이 곧 예술인 것이다.

작가 김시원이 고양이 작가라는 별명을 얻은 첫 순간은 그녀의 삶이 버거웠을 때였다. 건강 하나 만큼은 자신하며 살아온 그녀에게 어느 순간 몸에서 핏기가 사라지는 듯 한 공허함이 찾아왔을 때 친구의 고양이가 그녀에게로 왔다. 홀린 듯 연필을 잡았고, 작가의 손끝에서 고양이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고양이 소묘는 이내 페인팅 작업으로 변화했다. “4년쯤 전에 고양이를 통해 작업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어요.”

‘고양이 작가’라는 별칭은 그녀를 설명하는 함축어다. 예술가가 아니어도 자신만의 시그널을 가졌다면 행운인데, 예술가로서 자신을 설명하는 시그널을 가졌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녀가 “고양이를 그리면서 행복해졌다”며 고양이 그림에 만족감을 표했다. “제가 좋아하는 고양이를 그리니 작업하는 순간도 즐겁고 작가로서의 제 삶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아요.”

화폭 속 고양이는 화려함의 극치다. 명품을 걸치고 고급 자동차나 요트, 비행기 등 호화로움의 상징들을 타고 행복한 여행길에 올라 들떠있다. 화폭 속 고양이는 그녀 자신이자 현대의 보편 인간에 대한 의인화다.

작품 속 명품이나 자동차 등은 현대인이 현세에서 꿈꾸는 유토피아, 즉 인간의 욕망에 해당된다. 인간은 현세에서의 성공을 갈망하고, 번잡한 현실에서의 탈출인 여행을 욕망한다. 작가는 욕망을 부정적인 시선보다 인간의 본성이자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받아들인다.

“명품을 걸친 고양이를 통해 욕망하는 인간의 표현하려 했어요. 하지만 그 욕망을 ‘좋다’ ‘나쁘다’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하지려 하지는 않아요. 그저 우리의 욕망으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죠.”

안과 겉은 분리될 수 없는 법. 작가는 고양이를 외적 욕망의 불꽃으로 설정하지만 내적 깊이에 대한 성찰도 두루 포섭하고 있다. 외적 화려함에 집중하는 것만큼 내면의 성찰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그녀는 이 두 가치가 균형을 이룰 때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음을 설파한다.

그녀는 “누구나 화려한 삶을 꿈꾸지만 내면이 공허하면 결코 행복할 없다”며 “외적 욕망 이전에 우리의 내면도 한 번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고양이와 명품으로 의인화한 인간의 욕망은 색상으로 더욱 강화된다. 고양이의 노랑머리와 검정 선글라스, 회색 얼굴은 배경색으로 한층 부각되고 있다. 어떤 배경에는 핑크가, 또 다른 배경에는 블루가 차분하게 분위기를 이끈다.

그녀가 “배경색은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라 색을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어릴 때는 모두가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힘든 시간을 지나면서 주연이 있으면 조연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죠. 주연을 돋보이게 하는 조연이 주연만큼 조명을 받지는 못하지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아닐까 싶어요.”

고양이 작업 이전에는 반구상의 풍경이나 정물을 그렸다. 이 시기에는 그녀만의 화풍을 찾아가는 시기였고, 다양한 변화들이 시도됐다. 작업의 소재는 작가가 선호하는 대상들이 채택되었고, 매체 또한 캔버스에서 알루미늄 설치 등으로 다변화했다.

다시금 캔버스 작업으로 회귀해 고양이를 그리는 지금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내려놓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를 대신해 줄 자신만의 확고한 캐릭터가 생겼고, 세상이 그 캐릭터로 그녀를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상이 자신을 고양이 작가로 인정하는 지금이야말로 작가로서 행복한 순간이라고 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나와 닮은 고양이를 통해 제 예술의 의미가 전달되는 것 같아 기쁩니다. 특히 저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한데, 그 고양이를 통해 관람객들도 행복해 하는 것 같아 작가로서 너무 행복해요.”

‘美7女展 미술에 미친 70년생 여자들 전시, 미칠년’전의 마지막 주자로 초대된 ‘1997 빠리 카페’(대구 수성구 ) 김시원 전시는 28일까지.

황인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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