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저장 기능도 절반 수준으로
사방댐 건설 등 사전조치 취해야”
경북 안동 등 경상권과 충청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이 진화됐지만, 화재 여파로 인한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8~9월 이례적으로 긴 장마와 폭우로 가뜩이나 임야 지반이 약해진데다가 이번 산불로 불길이 지반을 휩쓸면서 토양 접합력이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장마철 산사태 등 위험 가능성에 대한 근심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산림·소방 당국에 따르면 잇달아 발생한 경북 산불로 안동(200ha)과 예천(50ha), 영주(5ha)에서는 축구장 357개 면적의 산림이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안동 인근 4개 마을 주민 100여 명은 짐도 챙기지 못한 채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화재는 전년도 전국적으로 있었던 이례적인 장마 피해 이후 일어난 대형 산불인 만큼 토사유출 방지기능이 상당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산림 전문가에 따르면 산불 발생지역의 산림은 토사유출 방지기능이 130배 정도 떨어진다. 때문에 화재 발생 이후 2년가량 토양 유출량이 매우 많은 수준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수분 저장기능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화마가 할퀴고 남겨진 재가 지표면에 2∼3㎜가량 쌓이더라도 불투수층을 형성해 수분이 토양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차단하게 된다. 해가 뜨면 지표면 온도가 상승해 토양 수분 증발 속도를 높인다.
토양 접합력 저하로 인한 극심한 토사유출 일례로는 지난 2000년 4월 7~15일 동해안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이 있다. 당시 동해안 4개 시·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나 2만3천138㏊가 불에 탔다. 이후 강원도에서 2002년 태풍 ‘루사’로 인한 산사태 발생지역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2000년 4월 산불이 발생했던 장소였다. 화재 발생 후 2년이 흘렀지만 미비한 자생력으로 토사 유출이 심각했던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가들은 저하된 토양 접합력이 작은 호우에도 극심한 토사유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지난해 이례적 폭우에 이어 올해 대형 산불 등으로 오는 여름철 산사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며 “생태계를 완전 복원하기 위해 얼마가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 산사태 우려가 있는 곳에 사방댐을 건설하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지연기자 jiyeon6@idaeg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