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한 날씨에 바람 화마 확산
주민들 대피 인명 피해는 없어
문화재 주변도 불길 소실될 뻔
(관련기사 참고)
22일 경북도와 산림·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안동과 영주, 예천 3개 지역을 관통한 산불은 각각 이날 오후 12시 20분과 오전 10시 25분 최종 진화됐다. 안동에선 발화한 지 21시간 만, 영주·예천에선 18시간 만에 진화 완료됐다.
불은 전날인 21일 발화해 인근으로 퍼졌다. 안동시 임동면 망천리 야산에선 21일 오후 3시 20분께 발화해 수 ㎞ 떨어진 임동면 중평리까지 번졌다. 같은 날 오후 4시 20분께는 예천군 감천면 증거리 야산에서 발화해 바람을 타고 영주시 장수면 갈산리 일대까지 번졌다.
화마는 급속도로 퍼져 3개 지역 도합 약 255㏊의 산림을 태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축구장(평균 넓이 약 7천㎡) 약 357개를 합친 엄청난 면적이다.
관계 당국의 신속한 대처와 주민 대피령 덕분에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이 난 일대에선 주민 650여 명이 다른 마을로 황급히 대피했고, 안동 중평리에선 인근 캠핑장 이용객들이 짐도 챙기지 못하고 대피하기도 했다.
도로 통제 조치도 따랐다. 안동 임동면사무소 인근 수곡교 일대 국도 34호선 등 일부 도로가 통제됐다.
불이 지역 문화재 인근까지 접근해 문화재 소실도 따를 뻔했으나 빠른 불씨 차단으로 피해를 막았다. 소실 위협을 받은 문화재는 안동 정재종택(경북도 기념물 170호) 및 만우정(도 문화재자료 37호), 예천 한천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667호) 및 3층석탑(도 유형문화재 5호), 영주 인동장씨종택(도 민속문화재 98호), 의산서원(도 기념물 172호) 등이다.
관계 당국은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공무원, 전문·특수진화대, 소방대원, 군인 등 인력 2천여 명, 소방헬기 39대, 차량 138대가 동원됐다.
같은 기간 경북뿐 아니라 충청권 등지서도 산불이 잇따랐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도합 소방헬기 74대, 차량 101대, 인력 3천 명 이상이 전국 7곳의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 경북을 제외한 타지역의 산불은 충북 영동과 경남 하동 20㏊, 강원 정선 12㏊, 충북 논산 3㏊ 등의 산림을 태우고 꺼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진화까지 20시간가량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진화 작업이 어려움을 겪은 이유는 건조한 날씨 탓에 마른 나무가 많았고 바람도 불었던 탓이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오후~22일 오전까지 경북북동산지의 풍속은 30~60㎞/h에 달했다. 안동은 최대 16.2㎞/h, 영주는 16.6㎞/h였다. 경북 내륙의 실효습도도 건조특보 발효 지역은 35% 이하, 그 외 지역도 35~50% 수준이었다.
경북도와 소방 당국은 혹시나 모를 뒤이은 화재에 대비해 후속 작업을 벌였다. 당국은 쓰레기 소각으로 인해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잔불 정리 후 자세한 화재 원인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23일 이후에도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 건조특보가 내려지는 등 건조한 날씨가 계속되겠다”며 “바람도 강하게 불어 건조한 상태에서 작은 불씨가 큰 불이 될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교윤·지현기·권중신·박용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