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여성인력 확충, 실질적 지원책 필요”
“영화계 여성인력 확충, 실질적 지원책 필요”
  • 승인 2021.02.25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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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 포럼
“남녀 성비 맞추는 수준으론 부족
여성 30억대 작품 참여 5% 미만
교육단계부터 체계적 접근해야
육아 휴직 후 복귀사례도 드물어
돌봄 측면 유리천장 극복 지원을”
영화관. 연합뉴스

영화계 내부에서 여성인력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인 가운데 단순히 남녀 성비를 반반씩 맞추는 데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 영화인의 숫자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결정권이나 영향력이 큰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리천장’을 뚫을 수 있는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동령 영화감독은 24일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포스트 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이 온라인으로 개최한 정책과제 포럼에서 “여성 인력을 50%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것도 좋지만, 이들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곳에 진출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여성 영화인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지만, 상업영화나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텐트 폴’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경우는 여전히 적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감독이 전체 영화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지만, 30억원 이상의 영화 작업에 참여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며 “산업의 불균형을 바로잡으려고 국가가 개입한다면, 유리천장에서 못 뚫고 들어가는 부분에 좀 더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감독이 아무리 좋은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려고 해도 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투자를 끌어내지 못하면 제작하기가 어렵다”며 “이렇게 묵히는 프로젝트가 많은데, 이런 부분에 대해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리천장은 영화인을 양성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현재 아카데미에서 정규 과정을 듣는 여성 수강생은 전체 수강생의 72%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들을 교육하는 전임 교원은 모두 남성이다.

이와 관련해 김홍천 한국아카데미 팀장은 “강사 중에서는 여성이 늘고 있고, 전임교원 역시 장기적으로는 비중을 높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여성 영화인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교육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프로듀서는 “여성인력을 확대할 때 단순히 50% 비중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학생 때부터 이들이 선호하는 영화 분야에 대한 조사를 시행하고, 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실질적으로 유용한 인력풀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날 포럼에서는 여성 영화인들이 출산, 육아 등으로 현장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기 위해 돌봄의 측면에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효미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대표는 “마케팅 분야의 경우 종사자의 80% 이상이 여성인데, 대부분의 회사가 5∼10명으로 구성된 소기업이다 보니 출산이나 육아에 있어 대기업 같은 지원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소규모 업체에서는 출산·육아 휴직을 간 직원이 있으면 대체인력을 구하게 되는데, 휴직자가 돌아왔을 때는 해당 업무에 복귀할 자리가 남아있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조혜영 영화연구자는 “현장에서 육아로 경력이 단절됐다 복귀한 경험에 대해 들으려 해도 전설로만 존재할 뿐, 대부분 비혼이거나 끊임없이 육아를 도와줄 사람이 있는 소수의 사람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여성 노동을 이야기하려면, 육아뿐 아니라 노인 돌봄 등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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