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영남권, 신공항 건설 두고 분열
‘한 지붕’ 영남권, 신공항 건설 두고 분열
  • 윤정
  • 승인 2021.02.28 21: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덕도 특별법’ 국회 통과
국힘, 與 갈라치기에 속수무책
野 TK 의원들, 일제히 반발
“훗날 각종 부작용 발생할 것”
지난 달 26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그동안 이 법안에 반대 입장을 견지해 온 대구·경북(TK)의 반발 기류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선거가 만든 괴물’이라는 비판 속에 전국 어디서나 특별법을 통해 신공항을 건설할 수 있다는 논리가 마련돼 향후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법안에는 가덕도를 입지 장소로 못을 박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김해신공항 백지화 근거 명시 등의 조항도 담겼다. 그러나 주무부서인 국토교통부가 가덕도 신공항 건설비가 부산시가 주장한 7조5천억원이 아닌, 28조6천억원에 달한다고 밝혀 선거 이후 여러 가지 법적·행정적·경제적 문제로 인해 공사가 언제 시작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 지붕’ 영남권이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대형 국책 사업을 두고 ‘우리가 남이가’에서 ‘우리는 남이다’라는 ‘두 지붕’으로 갈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인 국민의힘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영남권 갈라치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상황이 노출돼 향후 적잖은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6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자 공식적으로 환영 입장을 밝혔을 뿐 내부 난기류가 표출되면서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배준영 당 대변인은 “가덕도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당의 방침이었다”고 논평했지만 의원총회에서 ‘가덕도 찬성’을 당론으로 확정하지 못하고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핵심 지지기반인 TK의 반발 기류를 의식해서다. 그러면서도 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부산·울산·경남(PK) 지역 정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별법 통과로 당 내부는 TK와 PK로 나뉘어 자중지란 직전의 분열상을 드러냈다.

부산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환영의 목소리가 나왔다.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수영 의원은 “부산시민의 20년 염원이 마침내 이뤄진 것”이라고 자평했고 황보승희 의원도 “부산시민의 승리”라며 “하루빨리 신공항을 완성해 부산이 아시아 최고의 항만도시, 세계 최고의 물류 교통도시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TK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TK와 PK가 ‘김해신공항’으로 간신히 봉합했는데 이 합의를 뒤집으면서 PK만을 위한 신공항을 건설하는 데 대한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이 반영된 것이다.

본회의 표결 전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인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은 반대 토론자로 나서 “4·7 재보궐선거를 의식해 정치공학적 이해관계로 탄생한 이 법이 통과되면 훗날 각종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어 “어려운 합의의 산물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으로 촉발된 보궐선거용으로 백지화되고 공항 입지로는 꼴찌인 가덕도가 특별법을 통해 새로운 입지로 지정되는 상황이 개탄스러운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인 이만희 의원(경북 영천·청도)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가덕도와 TK 신공항을 같이 하기로 해놓고 가덕도만 처리하고 TK 신공항은 보류됐다”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가덕도 신공항 표결에서 TK 의원 중에는 찬성표가 전무했다. 곽상도 의원(대구 달서을) 등 17명이 반대했고 김형동 의원(경북 안동·예천)이 기권했으며 지도부이지만 대구 수성갑 지역구를 둔 주호영 원내대표 등은 불참했다.

애초 국민의힘에선 여권의 가덕도 신공항 드라이브가 부산시장 보선뿐 아니라 당의 양대 지지기반인 TK와 PK를 갈라치기 위한 의도라는 우려가 컸고 이날 당내 상황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 먹혀든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우리가 반대하더라도 민주당이 당론으로 밀어붙여 통과될 수밖에 없는 법이었다”며 “PK 의원들은 찬성으로 기운 상태에서 이를 당 차원에서 가로막는 게 전략적으로 맞는 것인지 고민이 컸다”고 전했다.

윤정기자
  • 대구광역시 동구 동부로94(신천 3동 283-8)
  • 대표전화 : 053-424-0004
  • 팩스 : 053-426-6644
  • 제호 : 대구신문
  • 등록번호 : 대구 가 00003호 (일간)
  • 등록일 : 1996-09-06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대구, 아00442
  • 발행·편집인 : 김상섭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배수경
  • 대구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대구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icbae@idaegu.co.kr
ND소프트
많이 본 기사
영상뉴스
SNS에서도 대구신문의
뉴스를 받아보세요
최신기사